지난해만 20만명 넘게 몰려...사회교육기관으로도 자리매김

넥슨컴퓨터박물관 전경.

컴퓨터와 게임 문화의 역사를 수집·보존하는 넥슨컴퓨터박물관의 누적관람객수가 약 6년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관장 최윤아)은 4년 여의 준비와 150억원의 투자로 2013년 7월 제주도에 개관했다. 약 7000점의 소장품을 보유한 가운데 지난해 기준 한해 20만명 이상이 찾는 제주 대표 박물관으로 성장했다.

이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집계한 국내 사립박물관 연평균 관람객 12만명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컴퓨터’와 ‘게임’ 분야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사례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에서는 전 세계에 6대뿐인 구동 가능한 ‘애플1’ 컴퓨터(76년), 최초의 마우스인 ‘엥겔바트 마우스’(64년), 아타리에서 제작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게임기 ‘컴퓨터스페이스’(71년) 등 컴퓨터 역사에 획을 그은 기기가 소장돼 있다. 또 70년대 슈팅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에서 최신 가상현실(VR) 게임까지, 컴퓨터 및 게임의 과거부터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기존의 박물관과 가장 차별화된 점은 박물관을 대하는 관람객의 시선이다. 30~40대 성인 관람객은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컴퓨터를 사용했고 온라인게임의 태동과 성장을 경험한 세대다. 해당 관람객에게 박물관은 본인이 경험한 컴퓨터가 전시된 사적기록의 공간이자, 즐겼던 게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유의 장이 된다.

때문에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이 같은 측면에서 인류사적 의미를 담은 유물인 동시에 개인적 경험이 진하게 담긴 추억의 일부가 되고 있다. 다른 박물관에서 느끼기 어려운 애정과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다수의 관람객들이 박물관의 참여자와 생산자로 생각하면서, 문화 소비자로서 자부심을 표현하는 후기를 남기고 있다는 게 관측의 설명이다.

넥슨컴퓨터박물관 개관 1주년 이벤트 '던전앤박물관' 모습.

김정주 NXC 대표는 박물관 개관 당시 인터뷰를 통해 “82~83년도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교보문고에 가곤 했다”며 “넥슨컴퓨터박물관도 지금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기획의도에 맞게 수학여행지 등으로 활용되면서 지난 6년간 전국 1500개의 중고등학교에서 방문하기도 했다는 것.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과 학생들과의 접점도 늘려왔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가장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박물관 중 하나로, 약 30여개 교육 과정을 진행한 바 있으며 누적 참여 인원만도 10만여 명에 이른다.

박물관은 최근 공교육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강조되는 가운데 진로탐색 및 체험학습 등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제주시교육청과 제휴를 맺고 자유학기제 학생들을 중심으로 보다 폭넓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IT 진로교육 ‘꿈이 iT니?’는 전국 485개 학교에서 누적 3만여 명이 참여했다.

진로특강 '꿈이 iT니' 히든스테이지 모습.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와 공직자, 그리고 기업들의 방문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은 박물관에서 컴퓨터와 게임이 이끌어낸 수많은 변화를 체험하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초고도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그려보고 있다. 또 게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첨단 산업으로의 게임, 문화로서의 게임을 접하고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컴퓨터와 게임은 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박물관의 목표 역시 지속해 성장과 진화의 과정을 그대로 담는 것이다.

개관 당시 4000여점으로 시작한 소장품은 활발한 기증‧기탁과 취득 과정을 통해 7000여점으로 크게 늘었다. 개인용 컴퓨터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1970년대 중반의 발자취부터 가상현실, 로봇 공학 등 동시대의 기술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최첨단 IT 기기까지 소장품을 폭넓게 확대중이다.

이 과정에서 약 4회에 걸쳐 전시를 부분적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또 주요 소장품의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으며 4권의 책 출간 등 현재 진행형의 정보 전달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도 했다는 것.

박물관은 컴퓨터 개발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다. 2014년 ‘바람의나라 1996’ 프로젝트에 착수하며 온라인게임 복원을 시도한 바 있다.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 초기버전 복원에는 김정주 NXC 대표,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등 초기 개발자 7명과 원작자 김진 작가가 참여했다. 당시 개발소스가 남아있지 않아 98년과 99년 소스를 바탕으로 역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복원에 성공했다.

또 국내 컴퓨터 개발의 치열한 역사를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해 ‘대한민국 컴퓨터 개발 역사 워크숍’을 시작해 5회째 후원을 하고 있다.

'게임을 게임하다 /인바이트 유_' 전시 현장 전경.

박물관은 지난 7월 종로 아트선재센터에서 국내 온라인게임 25주년을 기념해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인바이트 유_’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게임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온라인게임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는 콘셉트의 새로운 전시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앞서 2017년에는 국립과천과학관 미래상상SF관에 ‘메이플스토리 연구소’ 상설 체험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소'는 현대 생활에 밀접하게 닿아있는 가상 속 게임 세상을 물리적 공간으로 구현한 전시관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부모와 아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았다.

최윤아 관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소통과 교감을 통해 재미있고 유의미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박물관이 되겠다”고 소회를 전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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