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결산] 넥슨 불참 등 악재에도 신작들 선전...中 공세 위기감은 커져

올해 15주년을 맞은 게임업계 최대 축제 지스타가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전년 대비 3.9% 증가한 24만 4309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린 것으로 일부 집계됐다.

올해 지스타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매년 빠지지 않고 참가하던 업계 대표 업체인 넥슨의 불참으로 공백이 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신작 전시 측면에서는 펄어비스가 이 같은 부재를 충분히 해소해줬다는 평이다. 특히 지스타 첫날 ‘섀도우 아레나’ ‘플랜 8’ ‘도깨비’ ‘붉은사막’ 등 4개 신작을 발표하는 ‘펄어비스 커넥트 2019’가 적잖은 충격을 가져줬다는 것.

지스타 펄어비스 부스 '펄어비스 커넥트 2019' 현장 전경.

특히 PC온라인게임 및 콘솔 등의 신작 가뭄이 계속된다는 게이머들의 아쉬움을 씻어내며 게임쇼로서의 면을 세웠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펄어비스가 발표한 신작들에 대해 모바일보다 PC온라인 및 콘솔로 먼저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서다.

넷마블은 ‘A3: 스틸얼라이브’ ‘제2의 나라’ ‘매직: 마나스트라이크’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모바일게임 신작 4개를 전시하며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또 250여대의 시연대를 마련하며 신작을 먼저 체험해볼 수 있는 게임쇼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켜줬다는 평이다. 기존 대형 업체 입장에서 지스타에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것이다.

넷마블 부스 전경.

지난 몇 년 간의 지스타를 되돌아보면, 각 해마다 나름대로 두각을 나타내는 테마가 있는 편이었다.

2015년 네시삼십삼분이 메인 스폰서를 맡으며 모바일의 시대를 과시하던 시기부터 이미 PC온라인 및 콘솔 게임의 부재에 대한 우려는 계속돼왔다. 바로 다음해 2016년에는 룽투코리아가 프리미엄 스폰서로 참여하는 등 중국발 공세가 예견되기도 했다는 것.

이 같은 과정에서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업체들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등 해외 업체까지 가세하며 가상현실(VR) 게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는 VR이 그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에는 액토즈소프트가 선보인 e스포츠 브랜드 ‘WEGL’가 간판을 차지하며 e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편이었다. 지난해는 유튜브, 트위치 등의 인터넷 방송의 인플루언서(유명인)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된 한해라는 평을 받아왔다.

구글플레이 부스서 열린 '플레이 온 챌린지 파이널 매치' 현장 전경.

올해 지스타는 이 같은 ‘보는 게임’ 시대의 수요가 제각각 영역을 확대하며 혼재된 양상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지스타가 제대로 된 특색을 찾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업체가 아닌 인플루언서들로 흥행이 좌우되는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계 흐름이 변하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자, 지스타의 과도기가 아니냐는 반응도 없지 않다.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게임계를 대표하는 축제 지스타의 성격도 자연스레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전통적인 게임 전시회로써의 발전을 기대해 온 이들의 우려를 키워가고 있다. 중소업체를 비롯해 학생 및 신예들이 작품을 내놓을 자리가 줄어들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지스타의 역할 중 하나가 퇴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이지지닷컴 부스 전경.

특히 중국 업체들의 기세가 더욱 거세지는 것과도 맞물려 우리 업체들이 밀려날 것이란 위기감도 커져가고 있다. 올해 지스타 역시 X.D.글로벌, IGG 등의 해외 업체가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유저들의 발길을 끄는데 성공했다.

해외 업체 중 하나인 미호요는 PC와 모바일 멀티 플랫폼 신작 ‘원신’을 지스타에서 첫 공개하는 등 한국에서의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실제 부스에 1만여명이 몰린 것으로 추산되는 등 호응을 얻기도 했다.

미호요 부스 전경.

이 같이 중국 업체들이 지스타를 적극 활용하고 실제 성과를 거두게 되면서 향후 영향력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이미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매출 순위 절반을 중국 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지스타가 중국 게임 홍보의 장이 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에 추진력을 더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슈퍼셀 '브롤스타즈' 부스 전경.

올해 지스타는 지난해 에픽게임즈에 이어 슈퍼셀이 메인 스폰서를 맡아 2년 연속 해외 업체가 간판을 차지했다. 중국 게임의 영향력이 계속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내년에는 중국 업체 중 하나가 이 같은 지스타의 얼굴을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B2B관에 대한 지적 역시 계속되며 지스타가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전년 대비 바이어 참관 규모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의 체감 온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반면, 나날이스튜디오가 호주 업체와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외 수출 성과를 거둬 지스타에 대한 긍정적인 평도 없지 않다.

박양우 문화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이 지스타 개막식 이후 넷마블 부스를 방문해 게임을 시연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을 확인하고 격려 받는 자리로도 의미를 더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스타 참석으로, 문재인 정부 이후 첫 주무부처 장관이 함께한 지스타가 됐다.

박 장관이 전야제 성격의 게임대상에서 게임산업진흥법에 대한 개정 및 중장기진흥책 마련 등을 언급한 것도 올해 지스타의 위치를 높였다는 평이다. 때문에 더 나아가 제도권으로의 게임계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리로써 지스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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