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자율규제에 꽁꽁묶여 속수무책
중국 게임은 입맛대로 넣고 빼고...선정적 광고도 제멋대로 '법 사각지대'

중국 당국의 판호 발급 지연으로 우리 업체들의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활개를 치게 되면서 우리 업체들만 불공정한 경쟁을 거듭하는 역차별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최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은 게임물의 상당수가 중국 업체들이라는 것도 이 같은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는 게임 업체들의 수익모델 핵심이자 매출과 직결되는 부분인데 국내 업체들만 규제의 영향권에 놓이면서 중국 게임과의 경쟁에서 더욱 뒤처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SNS 등의 광고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전혀 다른 내용을 무단도용해도 제대로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문제시되고 있다.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에 수출되며 우리 업체들의 성공 신화를 쓰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게임들이 우리 안방을 점령한 것과 마찬가지인 완전히 역전된 상황이라고 평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사실상 거칠 것 없이 사업을 전개하고 수익만 극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 업체들은 제도권의 규제를 비롯해 여러 제반 사항이나 주변 환경 및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는 상황이라는 것.

때문에 이 같은 사회적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 중국 업체들로 인해 우리 업체들은 역차별을 당하며 불리하고 약자의 입장에 처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월 말 기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로 발표된 19개는 모두 해외 업체들의 게임이다. 이 가운데 ‘총기시대’ ‘황제라 칭하라’ ‘랑그릿사’ 등 중국 게임업체들의 작품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

국내 업체들의 자정 작용에 대해선 긍정적인 성과라 할 수 있지만 정작 중국 게임들이 시장을 점령하며 우리 업체들이 설자리가 좁아져 가는 것을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자율규제를 무시하는 중국 업체들의 승승장구가 계속될수록 우리 업체들의 박탈감만 커져가게 된다는 것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미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역차별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더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기업의 진입이 어렵지만, 우리는 거꾸로 해외 기업들이 들어오는 것은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는 것.

자율규제뿐만 아니라 광고 측면에서 중국 업체들의 도를 넘은 행위가 지적을 받은 것도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특히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수많은 유저들이 이용하며 파급력이 큰 플랫폼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광고로 유저들을 현혹시키는 사례가 여럿 발생하며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 이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불법광고를 진행한 중국 게임물의 매출 순위가 급상승하기도 했다는 것. 때문에 우리 게임계 생태를 휘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게임광고자율규제위원회를 발족하며 자율규제 및 심의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 주도의 사전심의보다는 업계의 자율규제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선정적인 내용의 광고를 게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논란이 되는 중국 등의 해외 게임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직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에따라 확률형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게임 광고에 대한 자율규제 역시 국내 업체들만 참여하는 역차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원회 측은 향후 해외 게임 관련 기구 및 위원회 등과의 공조를 통해 국제적인 협력을 조성해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각에선 당장의 문제가 되는 해외 게임물에 대한 제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현재 자율규제를 준수하는 업체들의 혜택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함께 부적절한 내용을 강력히 비판하는 장치를 마련해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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