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배반으로…시진핑의 중국
은혜를 배반으로…시진핑의 중국
  • 모인
  • 승인 2019.11.0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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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의 게임의 법칙]사드 사태 이후, 게임 등 한국문화 말살정책…키워놓으니 적반하장식 배짱무역 '일쑤'

중국에선 풍요를 기원하는 서원(묘)들을 심심찮게 발견하게 된다. 우리로 치면 ‘성황당’과 같은 곳인데, 이런 서원들이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심 한 가운데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그 가운데 두드러진 곳은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관우의 상을 모시는 ‘관제묘(關帝廟’)였다. 

그 까닭을 알아보니까, 관우는 중국인들로부터 ‘비즈니스 神’이라고 떠받들여 지고 있었다. 이같은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그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는 않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중국 상술이 크게 발달했던 송(宋)나라 때 부터 그렇게 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현자보다는 용장에 가까운 관우가 중국인들로부터 비즈니스 神으로 받들어지는 배경이 재밌다. 적장인 조조에게 붙잡힌 관우가 자신의 주군인 유비를 배반하지 않고 끝까지 의리를 지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언뜻 의리와 비즈니스가 무슨 상관 관계가 있길래 그처럼 관우를 떠받들까 싶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상거래에서 배신은 치명적인 독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배신의 역사로 점철된 나라 가운데 하나다. 굳이 춘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될 만큼 근현대사에도 배신의 역사는 수두룩하다. 청나라 말기 한족 출신이면서 만주족 왕조인 청나라 고위관료를 역임해 ‘한간’으로 불린 증국번(曾國藩)과 이홍장(李鴻章)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물론 중국 근대화 과정에서 이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달리 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배신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딱 예외는 있다. 남송시대의 진회다. 그는 한족을 배반하고 여진족의 금과 내통했다는 미움을 사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송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2500년 중국 역사에서 충절의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할 만큼 배신의 역사는 일상사가 됐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지 않고 미적거리고 있을 때, 끝까지 중국을 믿고 이끌어준 나라는 미국이다. 중국은 가입 조건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국제 저작권 협약 준수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됐다. 당시 중국은 저작권 보호에 관한한 해방구였다고 불릴 만큼 불법 저작물이 난무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그들을 감싸주고 다독 거려준 나라는 미국 등 주변 선진국들이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두고 끝까지 망설였다. 그리곤 2001년, 가입 국가 중 가장 꼴찌로 WTO에 가입 협정서를 제출했다.

그렇게 WTO에 가입한 중국이 지금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다. 상대가 럭비공 스타일인 트럼프 대통령이란 점과 중국 역시 시진핑이라는 매우 고압적이고 자신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내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의외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국측 입장에선 백번천번 배은망덕한 일인 것이다.

사드사태로 간극이 벌어진 한중간의 무역 갈등 역시 한때 봉합의 기미를 보이더니,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닌 듯 하다. 소비 및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중국측의 몽니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롯데,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과 중견기업들은 아예 중국시장에서 탈출하려는 액소더스 방침을 세우거나 준비중이다. 언제는 무조건 들어 오라고 하더니, 이제 좀 먹고 살만 하니까 뱃살을 들어내며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다. 상대가 그렇게 나오니 우리 기업들 반응 역시 좋을리가 있겠는가. 더  미련도 없다는 것이다.

몽니 정책 수준에서 아예 말살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다. 한국인이 포함된 미국의 한 대학 교향악단의 공연도 트집을 잡으며 제동을 걸었고, 2년 여 전 추진된 소프라노 조수미의 중국 공연도, 방탄소년단(BTS)의 현지 공연도 지금까지 아무 이유없이 미뤄지고 있다. 더욱이 한국 게임에 대해서는 무려 2년 8개월여 동안 현지에서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IP)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 정도면 서비스 허용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의 약한 수입규제 조치가 아니라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최상위의 금수 조치라고 봐야 옳다. 더욱이 한국은 오늘날의 중국 게임계를 있게 한 은혜의 나라다. 일본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게임을 내다 팔았다면, 한국은 가르치고 알려주고 협력의 길을 걸어 왔다. 중국이 그처럼 자랑해 온 텐센트에 한국게임이 없었다면 채팅사이트만을 서비스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기업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은혜의 나라의 게임을 이제 와선 우쭐거리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땅바닥에 던져놓고 마구 짓밟고 있는 것이다.

속 터지는 일은 이런 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게임을 버젓이 서비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우리 정부 당국의 알 수 없는 대국적 태도다.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은 이들 중국게임들로 초토화되고 있으며, 중소 및 스타트업들은 중국 게임업체들의 이슬 쓸어 모으기 전략으로 벼랑 끝으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럼에도 한가하게 WTO 제소 목소리만 내고 있다.

한 나라의 기질은 말처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안바뀔 게 확실하다. 너무 줘서 탈이 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우리의 마음가짐부터 고쳐 먹어야 한다. 정부 정책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극단적이라면 중국시장을 포기할 각오까지 해야 한다.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이들에게 바른 정도의 전략은 백전백패다. 그러고 보니까, 그들이 그처럼 관우의 의를 강조하는 데 대해 역설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정적일 때마다 의를 파기하고, 수시로 배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자신들의 행실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언필칭, 중국과의 무역 정책 기조를 전면적으로 조율할 시점에 서 있다고 본다. 일방적인 시장 개방 및 허용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에디터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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