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e대회서 정치적인 발언이 ‘화근’
홍콩국적 프로게이머 마스크 쓰고 등장 ‘논란’ … 주최측 출전자격 박탈 징계 ‘파문’

대회에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가스 마스크를 착용한 선수

올해 6월 발생한 홍콩 민주화 시위가 게임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계기는 지난 6일 사건은 지난 6일 이뤄진 하스스톤 대회에서 시작됐다. 이 대회에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와이 청(블리츠청) 선수가 경기 승리 후 인터뷰 당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가스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 것이다. 

블리츠청 선수는 홍콩에 자유를 달라는 발언과 함께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태도를 표명했다. 이후 8일 블리자드 측은 VOD 영상을 삭제하고 해당 선수에 대해 대회 상금과 1년간 블리자드 대회 출전 권한을 모두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다. 인터뷰를 진행한 중계진도 해고했다. 또 대회 규정에 따라 처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블리츠청 선수는 트위치를 통해 개인 방송을 열었고 이 방송에서 “나는 4년을 하스스톤에 바쳤고 내 인생의 4년을 잃었을 뿐이지만 만약 홍콩이 패배한다면 그건 영원할 것이다”며 자신의 뜻을 말했다. 
 
8일 미국 대학생 대상으로 열린 하스스톤 대회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회에 참여한 AU(아메리칸 유니버시티)팀이 “자유 홍콩 보이콧 블리자드”라고 적힌 종이를 들자 블리자드 측에서 즉시 방송을 중단시켰다. 당시 AU 팀원들은 낮에 이 행동을 실행할지 이야기를 나눴고 만장일치로 하는 것이 결정됐다고 알려졌다. 

#'중국 눈치 보는게 아니냐' 반발

이 두 사건은 많은 유저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블리자드가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와 함께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사태는 점차 커지고 있다. 민주당 론 와이든 상원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의 기쁨을 위해 스스로에게 모욕을 주고 있다”며 “어떤 미국 회사도 빠르게 돈 벌기 위해 자유를 요구하면 안 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리자드 중국지사는 중국 SNS인 ‘웨이보’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중국지사는 “우리는 대회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분노하고 실망했으며 대회 기간 개인의 정치적 신념이 퍼지는 것을 반대합니다. 관련 참가자는 모든 콘텐츠에 참여할 수 없고 관련 방송사 역시 중단될 것입니다. 우리는 항상 우리나라(중국)의 자존심을 존중하고 지킬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저들의 비판은 거세졌다. 게이머를 위한 게임을 만든다는 블리자드의 초심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간 ‘정치적 올바름’에 기반을 둔 듯한 게임 콘셉트가 선택적인 사항이었느냐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스포츠에서 일반적으로 특정 사상 및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이는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보편적 인권에 대한 내용은 이와 별개라는 것이 유저들의 입장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블리자드 측은 12일 징계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중계진까지 해고했던 블리자드가 4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12일 공지에는 자신들이 징계를 내린 것에 관해 설명하고 과한 대처라는 비판을 이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경기 전후 태도가 포함된 징계며 블리츠청과 두 캐스터는 6개월간 출전 및 중계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식 방송에서 사회적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일이 없도록 이 같은 규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과의 관계가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사태에 대해 전 블리자드 개발자 마크 컨은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마크 컨은 디아블로에서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주요 초기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는 중국인이며 자신은 대만과 홍콩에서 자랐다”며 “중국 게임 회사들과 다년간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게임 업체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미국 게임 업체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자신들의 투자를 받으라며 20억 원의 뇌물을 주기도 했다. 거절하자 내가 세운 회사에서 내가 제거된 적도 있다. 중국 업체들은 부패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 e스포츠 대회 인터뷰 장면

#뇌물 수수 등 문제 지적

마크 컨은 “중국 게임 업체들은 게임판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이런 중국 업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검열한다. 중국은 세계 미디어를 조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의 블리자드 엑티비전 내 지분율은 약 5%대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중국 내 게임 시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월 5일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SNS로 홍콩 시위 지지를 한 후 중국 농구협회, 스포츠 기업 등에서 NBA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히자 SNS를 삭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NBA 사건의 경우 미국 내 정치 및 언론에서 맹비난이 있었고 결국 아담 실버 NBA 위원장이 직접 “NBA의 오랜 가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 표명을 했다. 사건 당시 여러 정치인은 물론 베토 오루크 대통령 후보가 직접 “NBA가 사과해야 할 유일한 내용은 인권보다 이익을 우선한 것”이라며 사회적 논란은 일으킨 바 있다. 

블리자드에서 비롯된 이 사건은 주요 게임사들에 영향을 미쳤다. 라이엇게임즈는 2일 시작된 ‘2019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한 ‘홍콩 애티튜드’팀 명칭에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존 니덤 LoL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12일 공지를 통해 “우리는 공식 플랫폼에서의 언행이 의도와 무관하게 잠재적으로 민감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캐스터들과 프로 선수들에게 방송 중에 만이라도 이러한 이슈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고 중립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카드 게임 업체 ‘갓즈 언체인드’는 지난 8일 공식 SNS를 통해 블리자드의 하스스톤 대회에서 징계를 받은 선수에게 보상을 지급하고 50만 달러 상금을 주는 토너먼트 대회에 초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리자드가)자유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결정이었다”며 “그들의 신념에 대해 처벌이 이뤄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에픽게임즈 공동 창업자인 팀 스위니 대표는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블리자드에서 발생한 사태가 자시의 e스포츠 대회에서 일어나도 어떤 제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픽은 포트나이트 플레이어와 크리에이터가 정치와 인권에 관해 이야기할 권리를 지지합니다”라며 인터뷰에서 ‘자유 홍콩’을 선언해도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19일 또 다른 온라인 카드 게임 ‘매직 더 개더링 아레나’를 개발 및 유통하는 업체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도 하스스톤 대회에서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게임의 e스포츠 대회 ‘미식 챔피언십 V’에서 홍콩 리 시 티엔 선수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붉은 마스크를 착용해 홍콩 시위를 떠올리게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는 지난 4달간 진행 중인 홍콩 민주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준비한 것임을 밝혔다.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시위

#업체들 이해관계 따라 '온도차이'

당시 대회가 중계되고 있던 트위치 공식 채널에서는 유저들이 ‘자유 홍콩’을 함께 외치며 해당 선수를 응원했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의 제재는 없었다.

게임 업계의 홍콩 시위 사태 대처는 미국 연방 의회가 블리자드 측에 공개서한을 보낼 정도로 정치계의 관심 또한 높아지는 상황이다. 또 최근 과도한 자본주의적 행태로 부패한 모습까지 겹쳐 중국 외 전 세계 게임 유저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 시장의 눈치를 보는 게임 업체들의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전적 이익만을 위한 게임 업체는 장기적으로 업계에 이롭지 못하다는 것이 유저들의 입장이다.

[더게임스 신태웅 기자 tw333@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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