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국시장 가로막히자 발만동동
온라인게임 종주국 위상 '급전직하'...수출선 다변화 노력 절실

랑그릿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판권(IP)의 가치 역시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가고 있다. IP를 활용한 게임들의 성공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상위권에 안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IP 확보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이어지면서 광범위해지고 있는 추세다. 중국 게임업체가 일본의 ‘랑그릿사’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선보이는 등 플랫폼과 국경을 초월하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무한 경쟁 속에서 국산 IP의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 수출길이 막히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과거 온라인게임 시절 위상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리니지’ ‘블레이드&소울’ ‘검은사막’ 등 온라인게임의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 MMORPG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온라인의 모바일화 및 대작 MMORPG에 편중됐다는 우려도 없지 않은 편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인기 IP가 한정됐다는 점에서 밑천이 떨어져 위기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 IP를 활용해 작품을 개발하는 과정 역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새로운 IP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IP는 '승승장구'
최근 게임업체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에서도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으며 이 같은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왕자영요’는 사실상 내수 시장에서의 인기만으로 전 세계 모바일게임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 시장을 개척하고 성과를 올리는 게 우리 업체들의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했다. 또 ‘뮤 온라인’ ‘미르의 전설’ 등 온라인게임들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우리 업체들의 저력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호 발급 지연으로 수출길이 막힌 상황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우리 업체들의 고민은 커져가게 됐다. 또 중국 게임업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공세를 펼치고 있는 역차별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일본 등의 유명 IP를 공격적으로 확보, 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과거 마이너스 프리미엄 취급을 받아온 중국 게임의 색깔을 빼고 한국 유저들을 홀릴 수 있었다는 평이다.
 

 

#판호발급 사실상 전무
최근 중국에서는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하는 '2차원 게임'의 경우 일본 콘텐츠 IP를 활용한 게임이 10개중 7개를 차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반면 한국 IP 게임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여 간 한국 업체들이 판호 발급 지연 등으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고 불공정한 경쟁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IP 역시 저변을 넓혀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KITA) 청두지부가 발표한 ‘중국 2차원 모바일 게임시장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2차원 모바일게임에 사용된 IP의 10개 중 7개가 일본산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한국은 5% 수준으로 IP 영향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 모바일게임이란 만화나 애니메이션처럼 캐릭터들이 주로 나오는 게임을 이르는 용어로, 국내에선 미소녀게임이나 서브컬처게임이 이에 속한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4% 증가한 1340억 위안(한화 약 22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이 중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등 2차원 문화콘텐츠의 기존 IP를 활용하거나 비슷하게 모방해 재생산한 모바일게임은 19.5% 증가한 191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비주류로 여겨져 온 소재의 모바일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소녀전선’ ‘벽람항로’ ‘붕괴3rd’ 등 중국발 게임들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에따라 유저 수요나 시장 규모의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경쟁력을 발휘할 주요 수단 중 하나인 IP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2차원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이용자 수가 3억 3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젊은 유저층을 중심으로 유행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중국의 2차원 모바일게임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존 IP는 ‘애니메이션’(59%)으로 조사됐다. 전통적으로 만화 및 애니메이션 강국의 IP를 사용한 게임들이 강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해 중국 내 유통된 2차원 게임의 IP는 일본이 71%, 중국이 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그 외 5%에 포함돼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세인트 세이야’ ‘랑그릿사’ 등 일본 IP를 사용한 게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인트 세이야’와 ‘랑그릿사’의 경우 중국 개발업체가 일본 IP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한 것이다. 또 ‘랑그릿사’는 한국에서도 매출 순위 상위권에 안착했다.
 
중국에서의 2차원 게임의 성공 사례는 만화 및 애니메이션 등 다른 영역으로 다시 뻗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IP 파워가 점차 커지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해외에서의 영향력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웹툰‧캐릭터 인지도 확산 시급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판호 발급 중단 상황이 계속되며 중국 진출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작품 자체를 수출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IP 역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께 외산 게임에 대한 서비스를 허가하는 외자판호를 1년여 만에 재개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국 게임은 배제되고 서구권 및 일본 게임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앞서 ‘랑그릿사’ 사례와 같이 일본의 IP와 중국의 개발력이 결합된 사례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장의 이렇다 할 변화나 개선의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희영 무역협회 청두지부 차장은 “판호 발급 중단으로 중국 진출이 어려운 만큼 문화콘텐츠 IP를 구축한 뒤 현지 업체와 협력해 게임을 개발하고 판호를 획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게임 속 인물의 성격, 서사, 세계관 등에 익숙한 IP를 활용할수록 접근성이 높다”면서 “최근 중국 내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웹툰이나 게임 플레이 및 리뷰 영상 등 쇼트클립 마케팅을 활용하면 한국 문화콘텐츠의 인지도 확산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황제의 외동딸’ ‘버림받은 황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의 우리나라 웹툰이 중국의 텅쉰동만에서 인지도를 높여나가는 추세이므로 먼저 캐릭터 인지도 및 영향력을 키워 향후 게임시장으로 확대 진출하는 전략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또 중국에서는 게임 플레이 영상, 리뷰 및 패러디 영상 등의 쇼트 클립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영상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는 방법을 병행 추진하는 게 시장 공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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