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국산 게임 철저히 봉쇄…현실 인정하고 돌파구 뚫어야

중국 게임시장은 한 때 우리의 앞마당 같은 역할을 했다. 10여년 전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창 걸음마를 떼고 있을 때 우리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척박한 땅을 일궜고 붐을 일으키며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미르의 전설'을 필두로 많은 온라인게임이 중국에서 크게 히트했고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이후 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중국시장에 진출하며 휘파람을 불 수 있었다.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의 올드보이들은 아직도 매년 8000억원에서 1조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로열티 수입을 받아내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한국산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는 중국들도 무서운 성장을 이뤘다. 초창기 '미르의 전설'을 서비스한 샨다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로 급부상했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현재는 사세가 크게 위축됐다. 이후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를 가져간 텐센트는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이며 중국 제1의 IT업체가 됐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라이엇게임즈 등 수많은 해외업체들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우리 업체들은 너도나도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처음엔 중국업체들이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다시피 작품을 수입하려 애썼다. 우리 게임업체들의 몸값이 상한가를 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시절도 잠시, 게임시장의 흐름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엄청난 자본과 넘쳐나는 인력을 확보한 중국은 차츰차츰 성장해 나가더니 이제는 우리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퀄리티 뿐만 아니라 운영능력도 우리를 능가하게 됐다. 물론 아직까지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 업체들이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의 경우에는 중국업체들이 더 앞서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중국시장 진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돌발변수가 터졌다. 바로 '사드 갈등'으로 중국이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족쇄를 채워버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아직도 공식적으로는 '한국산 게임의 수입을 금지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2년여 동안 중국에 수출된 한국산 게임은 단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얼마나 강한 것인가를 실감할 수 있는 현실이다. 당장 내일이 걱정인 중소기업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말았고 대기업들도 손을 놓고 먼 산 보듯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하며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해야 한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업체들도 냉정해져야 한다. 중국 정부가 금수조치를 해제하고 한국산 게임에 판호를 내준다고 해도 과연 중국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과거엔 한국산이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중국 업체들의 수준도 우리에 버금갈 정도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와 취향에 맞는 작품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산 게임이 예전처럼 빅히트를 친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게 됐다. 

우리나라는 70~80년대만 해도 모든 산업이 일본에 크게 뒤져 있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일본으로부터 가전과 반도체, 조선 등 핵심 기술을 배워왔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은 싸구려 저질로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국산화에 나서고 과감한 시설투자를 실시한 결과 이제는 일본 업체들을 뛰어넘는데 성공했다. 반도체와 가전, 조선은 이미 일본을 추월했고 자동차도 싸워볼만 한 상황이 됐다. 

이를 놓고 본다면 중국 게임업체들이 우리 기술을 습득해 시장을 넓히고 더욱 발전시킨 것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을 순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중국에서 게임시장을 개척한 것은 우리들이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겨 주고 빠져나가야 한다. 그리고 다른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한다. 

유럽과 미국은 거대한 게임시장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쉽지 않은 철옹성과 같다. 그렇다고 이 시장을 포기해선 안된다.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검은사막'과 모바일게임 '서머너즈워'가 우리의 갈 방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작품은 '한국산은 안된다'는 편견을 무너뜨렸다.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년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 남미 시장도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중국에서 벗어나 세계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업체들이 이러한 노력을 해 왔고 어느정도 성과도 거뒀다 . 하지만 더욱 힘을 기울이고 더 많은 업체들이 함께 한다면 지금의 시련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제는 더이상 중국시장에 미련을 두지 말자는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지나갔다. 그리고 새로운 비전을 향해 나가야 한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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