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영화ㆍ블록체인 등 여러 영역 도전…넷마블, 웅진코웨이 인수 시너지 기대

20여년 전 게임산업이 태동할 때만 해도 게임 하나만으로 기업을 꾸려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은 게임을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돈이 안되니 IT관련 업무로 생계를 유지하며 미래의 꿈을 위해 어렵게 게임개발에 나서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초창기를 거쳐 게임이 산업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1세대 게임인들은 한 우물을 파도 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10여년 간 게임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매출규모도 수십, 수백배로 뛰어 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게임업체들도 사업다각화에 눈을 돌리게 됐다. 게임산업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바뀐 것이다. 그 요인은 두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게임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리스크가 큰 게임개발을 피해 안정적인 매출원을 찾기 위한 것이다. 게임 개발비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소업체들이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수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쏟아부은 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 되고, 대기업도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렇다 보니 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또 하나는 신시장 개척과 시너지를 극대화를 위해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경우다. 게임은 종합 예술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기술들이 결합된다. 프로그램과 그래픽, 사운드, 스토리에 이어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접목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게임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그동안 게임업체들이 진행해온 사업다각화는 참으로 다양했다. 영화나 음반은 물론이고 교육과 블록체인에 드론까지 망라하고 있다. 게임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사업도 적지 않다. 이러한 시도가 중간에 무산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성과를 내며 지속되고 있다. 

카카오를 탄생시킨 김범수 카카오게임즈 이사회 의장의 경우는 게임업체를 떠난 이후 카카오를 출범시켰기 때문에 예외라 할 수 있겠지만 그 역시 게임을 통해 터득한 지식과 안목으로 신사업을 창출해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또 게임사업이 주력이었던 NHN의 경우 이제는 게임보다 페이코 등 신사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 최근 넷마블이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실물 구독경제 1위 업체인 웅진코웨이의 인수작업에 나서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젊은층이야 넷마블을 잘 알고 있지만 중장년층에게 넷마블은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주식투자자들이라면 넷마블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이지만 그 경우에도 투자목적으로서만 이 회사를 인식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회사가 웅진코웨이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다시 한번 넷마블에 대해 '어떤 회사길래 웅진코웨이를 인수해?'라는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웅진그룹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온 효자기업이이었다. 웅진이 씽크빅이라는 교육방문사업으로 토대를 닦았다면 웅진코웨이는 웅진의 캐시카우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왔다. 이러한 알짜기업을 매각해야 할 정도로 웅진은 지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기회를 게임업체인 넷마블이 거머쥐게 된 것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넷마블은 웅진코웨이이의 지분 25%를 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2~3조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금면에서 문제가 없고 최근까지 대형 인수전을 준비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웅진코웨이 인수에 나선 배경에 대해 “게임산업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 성장 중이며 자사가 확보한 IT 기술 및 노하우를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글로벌에서의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다면 실물경제는 말 그대로 사람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제시스템이다. 이렇게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인 것 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경제 트렌드는 온오프라인이 결합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둘을 모두 아우를 수 있다면 최상의 성과를 기대할 만도 하다. 

물론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고 해도 손 쉽게 시너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혀 다른 기반을 갖고 있는 두 조직과 사업 아이템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아직까지 없었다. 우리 게임업체들의 역량이 커지면서 외국 게임업체를 인수하거나 야구단을 창단하는 등 수백억에서 수천억대의 투자가 진행되어 왔다고 해도 이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에게 넷마블이라는 게임업체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게임을 코흘리개 아이들의 전유물이나 철없는 어른들의 놀이 정도로 여겨온 사람들에게 구독경제 1위의 기업을 인수하는 대단한 업체로 인식될 것이다. 아직 인수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가 게임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넷마블에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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