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최근 홍콩 시위와 관련해 곤욕을 치르는 중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하스스톤 프로 선수를 징계하고 중계진(캐스터) 2명을 해고한 사건으로 게이머들의 맹렬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선수는 블리츠청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블리자드의 온라인 카드 게임 ‘하스스톤’ e스포츠 프로다. 지난 6일 이뤄진 하스스톤 대회에서 경기 승리 후 인터뷰를 통해 자기 뜻을 밝혔다. 당시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가스 마스크까지 쓰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게이머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내부 개발진 및 관계자들부터 미국 정치인들까지 비판하며 겉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 블리자드 측은 12일 징계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중계진까지 해고했던 블리자드가 4일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12일 공지에는 자신들이 징계를 내린 것에 관해 설명하고 과한 대처라는 비판을 이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경기 전후 태도가 포함된 징계며 블리츠청과 두 캐스터는 6개월간 출전 및 중계가 금지된다고 밝혔다. 앞으로 공식 방송에서 사회적 정치적 견해를 나누는 일이 없도록 이 같은 규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국과의 관계가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당 공지 이후에도 게이머들의 비판은 멈추지 않았다. 사건 당시 중국 SNS인 웨이보에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올라온 공지와 비교하며 제대로 된 사과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블리자드의 대표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하스스톤 등을 즐기는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블리자드 내 일부 직원들도 홍콩 시위를 상징하는 우산 시위를 하는 등 불만을 표했다. 또 전 블리자드 개발자 마크 컨이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견해와 블리자드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마크 컨은 디아블로에서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주요 초기 개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는 중국인이며 자신은 대만과 홍콩에서 자랐다”며 “중국 게임 회사들과 다년간 일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 게임 업체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미국 게임 업체들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자신들의 투자를 받으라며 20억 원의 뇌물을 주기도 했다. 거절하자 내가 세운 회사에서 내가 제거된 적도 있다. 중국 업체들은 부패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마크 컨은 “중국 게임 업체들은 게임판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점차 키우고 있다. 이런 중국 업체들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검열한다. 중국은 세계 미디어를 조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최대 게임 업체 텐센트의 블리자드 엑티비전 내 지분율은 약 5%대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중국 내 게임 시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NBA 휴스턴 로키츠 단장이 SNS로 홍콩 시위 지지를 한 후 중국 농구협회, 스포츠 기업 등에서 NBA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히자 SNS를 삭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NBA 사건의 경우 미국 내 정치 및 언론에서 맹비난이 있었고 결국 아담 실버 NBA 위원장이 직접 “NBA의 오랜 가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보호할 것”이라는 입장 표명을 했다. 사건 당시 여러 정치인은 물론 베토 오루크 대통령 후보가 직접 “NBA가 사과해야 할 유일한 내용은 인권보다 이익을 우선한 것”이라며 사회적 논란은 일으킨 바 있다. 

스포츠에서 일반적으로 특정 사상 및 정치적 견해를 공공연하게 밝히는 것은 금기시돼 왔다. 이는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보편적 인권에 대한 내용은 이와 별개라는 것이 대다수 사람의 입장이다.

NBA가 이 점을 명확히 한 만큼 블리자드가 태도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게임 업계에서 중국 업체들의 과도한 자본주의적 행보는 많은 게이머의 비판을 받아왔다. 쌓여가는 게이머들의 분노가 홍콩 시위를 계기로 블리자드를 향해 봇물 터지듯 표출되고 있는 셈이다.

[더게임스 신태웅 기자 tw333@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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