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허민 대표 영입은 인적 쇄신책...프로젝트 정리 통해 '선택과 집중' 가능성

앞서 국내 온라인과 모바일 사업본부 통합, 엠바크스튜디오 자회사 편입, 북미법인 통•폐합 등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던 넥슨이 이후로도 인적쇄신 및 사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페리아 연대기’를 포함한 다수의 작품이 개발 중단됐으며 정상원 부사장,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 등 주요 임직원이 물러난 것.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하던 넥슨의 이러한 모습은 시장 전반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고 글로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8월 말부터 조직개편의 고삐를 다시 쥐기 시작했다. 8월 28일 정상원 넥슨 개발총괄 부사장 겸 띵소프트 대표와 박지원 GCOO가 물러날 것으로 알려진 것. 정 부사장은 ‘바람의나라’ 등 이 회사 초장기의 온라인 게임 제작진이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 회사의 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이후 넥슨을 떠나 네오위즈에서 ‘피파 온라인’ 시리즈를 총괄했다. 이후 다시 네오위즈를 떠나 2010년 띵소프트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다시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에 영입됐다.

박지원 GCOO는 지난 2003년에 넥슨에 입사했다. 이후 일본법인 경영기획실장과 운영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일본법인 등기임원으로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다. 2014년에는 이 회사 대표직을 맡기도 했다.

왼쪽 부터 정상원 부사장, 박지원 GCOO

# 사람부터 바꿔야 분위기 전환?

이처럼 이 회사의 초반 성장을 주도했던 핵심 경영진들이 모두 물러나게 되면서 현재 넥슨코리아의 공식적인 최고위급 임원은 이정헌 대표만 남게 됐다. 해당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업계에서는 두 주요 경영진의 퇴사와 관련해 근래 이 회사의 부진과 매각 무산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사 역시 두 주요 임원의 사퇴 이전에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경영진까지 물러남에 따라 조직개편을 통한 이 회사의 분위기 쇄신은 더욱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조직개편을 향후 매각 재개를 위한 밑그림일 가능성으로 보는 시선도 없지 않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업계에서는 이 회사 경영진들의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크게 주목했는데 하마평이 무성했던 허민 원디홀딩스 대표가 새롭게 영입됐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9월 초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허 대표를 외부 고문 직함으로 넥슨에 불러들였다.

외부 고문이라는 직위가 이 회사의 정규임원 자리는 아니지만 ‘던전앤파이터’의 흥행실적과 김정주 NXC 대표의 신임에 힘입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업계 주된 평가다. 한마디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이 회사 역시 허민 대표가 자사 전반의 게임 개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정헌 대표도 “게임에 대한 허민 대표의 높은 열정과 통찰력은 앞으로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며 허 대표를 통한 자사 분위기 쇄신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 ’페리아 연대기’ 등 대작도 포기

넥슨은 다수의 작품들 역시 중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중 가장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페리아 연대기’ 였다. 이 작품은 8년간 6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정상원 부사장으로 대표되는 띵소프트의 야심작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발이 중단된 것. 업계에서는 이 작품 개발중단을 정상원 부사장 사임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회사는 최근 넥슨레드의 '제노 프로젝트' 개발을 중단하고 네오플 산하의 스튜디오42를 해체하면서 '데이브' '네 개의 탑' 등의 제작도 백지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재 이 회사는 신규 프로젝트 역시 가능성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결과에 따라 이 회사의 프로젝트 중단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간 다양한 장르와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던 이 회사가 흥행 가능성이 높은 게임에 총력을 다하는 선택과 집중에 들어간 것으로 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프로젝트 정리와 관련해 차기작의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매각 재기를 위한 회사 군살빼기로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직개편을 통한 이 회사의 진짜 노림수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 같은 넥슨의 행보는 게임시장에 태풍급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앞서 매각 이슈로 인해 게임주 시장을 비롯한 산업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 같은 영향은 매각 무산이 된 이후로도 잦아들지 않았다는 것.

이 회사 직원들의 경우 최근 조직개편과 관련해 고용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는 9월 3일 판교 사옥 앞에서 고용안정 보장 촉구집회를 가졌다. 이는 게임업계 첫 반대집회다. 당시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600명의 인원이 참가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프로젝트 해제로 일할 팀을 잃은 전환배치 대상자는 200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100여명은 9월초까지 배치되지 않았다. 배치가 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 내실 다지기가 먼저

특히 최근 게임시장에선 인력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소업체 등에서는 실제 인력유출 여부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이들을 붙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지스타의 흥행여부에도 우려가 생겼다. 넥슨이 지스타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스타 시작 이후 매년 대규모 부스로 참가해 왔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넥슨과 지스타를 합성해 ‘넥스타’라 불러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넥슨이 불참함에 따라 행사 볼거리의 부족함이 걱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불참의 이유를 말했다.

주식시장에서의 영향 역시 남아있는 모습이다. 25일 넥슨이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넥슨지티에 대한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풍문이 전해진 것. 이 같은 소식은 최근 이 회사의 조직개편 행보와 맞물리며 주주들에게 설득력을 얻었다. 이로 인해 당일 이 회사의 주가는 8.85%의 큰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매각설은 사실무근” 이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앞서 넥슨매각 무산 이후에도 주식시장에서의 파장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 아울러 업계는 최근 이 회사의 행보를 매각 재개를 위한 모습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향후로도 이 같은 이슈가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넥슨이 강도 높은 조직개편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글러벌 게임시장에서 강력한 재도약의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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