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창작과 직업 사이서 갈등…노사가 함께 발전방안 찾아야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지금도 게임이 좋아서 순수하게 만들어 보는 인디게임이 많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크게 성공한 게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금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작품은 크든 적든 조직화된 기업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시장환경이 변한 것도 게임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의미를 바꾸어 놓았다. 초창기에는 컴퓨터나 휴대폰의 사양이 낮았다. 조금만 전문적인 지식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시험작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그 안에서 플레이되는 게임의 퀄리티도 수백배 발전했다. 아무나 취미삼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렇다 보니 '지하실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며칠 밤을 세워 게임을 개발했다'는 이야기는 오래된 전설처럼 회자될 뿐이다. 지금 이렇게 해보라고 말하면 아마도 미친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노동부에 고소하거나 당장 회사를 뛰쳐나갈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게임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큰 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많은 연봉과 우수한 사내복지 때문일 것이다.

이제 더이상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춥고 배고픈' 일이 아니라 '화려하고 풍요로운' 일의 상징으로 변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중소게임개발업체들의 경우 화려하지도 않고 근근이 오늘을 버텨내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는 보장해 준다. 과거와는 달라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게임을 창작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작업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를 꺼내보겠다. 게임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산업을 일구고 발전시켜온 원동력은 참신한 아니디어와 빠져들게 만드는 재미에 있었다고 본다. 자동차나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자동차와 반도체는 수많은 부품과 엄청나게 비싼 장비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잘 짜여진 틀 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여야 한다. '다르다'는 것은 곧 품질불량을 의미한다. 모든 것이 '똑같아야' 한다. 

그런데 게임의 경우에는 다른 작품과 차별화시키는 것이 생명이다. 이전에 나온 것들과 똑같다면 굳이 새로 만들 필요도 없다. 이는 영화나 음악, 그림처럼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하겠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신선한 재미가 구현됐을 때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자면 모든 게임 종사자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일해선 안된다. 말 그대로 탄력근무제가 가장 필요한 곳이 바로 게임업계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게임업계에선 그동안 노동조합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개발자들이 스스로를 2, 3차 산업의 노동자라고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러한 인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등에서 첫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의 창립목적은 일반 노동조합과 같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을 인상하는 등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또 너무 늦게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느낌도 있다. 

이제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얼마 전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이 함께 옥외집회를 가졌다. 그들의 주장은 다른 업종의 노동조합이 추구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넥슨 노동조합은 조직재편 행보 속에서 200여명의 임직원이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으며 순차적으로 전환배치되고 있으나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역시 회사 측의 프로젝트 중단으로 인해 직원이 내몰리게 되는 상황을 문제 삼았다. 아트 디자인 개발자가 품질검수(QA) 직무를 맡게 되는 등의 회사 측 조치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유저들은 이 같은 게임 노조들의 주장에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선보인 작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실망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임의 경우 개발자의 역량에 의해 작품의 성패가 결정된다. 자동차나 반도체는 개발자와 생산노동자가 분명히 나눠지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다. 개발자가 바로 생산노동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개발자의 역할과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분명 정신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다.    

게임업계에는 아직 노동조합이 보편화되지 못했다.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들을 노동자라고 보기 보다는 창작자라고 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산업의 환경이 변하고 있으므로 언젠가는 대부분의 게임업체에 노조가 만들어질 것이다. 

예전에는 없었던 정시출근, 정시퇴근이 정착되고 있는 등 겉으로는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경쟁력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게임은 잘 짜여진 공산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을 탄생시키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노사가 단순히 임금과 근로조건만 갖고 갈등하고 대립한다면 게임산업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무언가 달라야 한다. 그리고 아직 노조설립 1년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성숙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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