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정부, 콘텐츠 혁신전략 발표회 통해 한단계 업그레이드 선언…하지만 규제의 대못부터 제거해야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게임 등 콘텐츠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새롭게 강조하고 나서면서 여러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힘을 쏟았으면 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는 것이다.

경기 진작을 위한 포석일 수도 있고, 이를 통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불리는 콘텐츠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해 보겠다는 뜻도 담겨져 있는 지난 17일 콘텐츠산업 혁신 전략 발표회는 그런 측면에서 업계에는 아주 특별한 자리가 됐다. 대통령이 직접 회의장에 참석한 것도 그렇고, 관계부처 장관들이 예외 없이 산업에 대한 비전을 언급 하는 등 역대 정부 이래 처음 있었던  이벤트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경기가 위축되면 반대로 활기를 띠는 게 보통인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그나마 영화와 음악 장르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게임은 내수 빈곤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시중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갑을 안 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를 그냥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어떻게든 소비를 촉진시켜야 하고, 돈이 시중에 돌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같은 일이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서둘러 이같은 형식의 발표회를 가진 것도 시장에 대한 우려의 시그널을 불식시키면서 또 한편으론 산업을 고도화하겠다는, 다목적의 뜻이 담겨져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민주당 정권의 콘텐츠 산업 정책은 긍정적이었다. 특히 게임은 정부의 전략적 지원 아래 일취월장했다. 문재인 정부도 그같은 정책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때나 참여정부 때의 체감 지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를테면 뭔가 빠진 듯,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발표회에서 제시된 △정책금융 확충으로 혁신기업 도약 지원 △선도형 실감 콘텐츠 육성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 △신한류로 연관산업 성장 견인 등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3대 핵심 전략은 국민의 정부 시절, 벤처기업 육성 전략과 상당히 맥을 같이 한다는 측면에서 각 부처의 전방위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산업은 흔히 나무에 비유된다. 자금(물)과 정책(비료)이 따르지 못하면 그 나무는 말라 죽고만다. 오늘만을 위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일을 위한 수종 나무도 심어야 한다. 이렇게 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숲이 기름지게 우거지게 된다. 정부가 이번엔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 물과 비료를 충분히 준비했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콘텐츠산업에 대한 인식을 제한된 공간에 쌓아두지 않고 전 부처 차원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림으로써 콘텐츠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직접 천명하고 나섰다는 점은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천착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싶다.

이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은 이렇게 이어진다. “산업화와 민주화 위에 콘텐츠와 문화의 힘이 더해지면서 대한민국의 자긍심이 커졌다”며 콘텐츠 산업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행사의 의미를 고려한 업계 예우 차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비켜 서 있는 콘텐츠 산업계 관계자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위안의 말은 없었을 게 분명하다.

언필칭, 나무를 키우기 위한 환경의 토양은 자금과 정책과 더불어 대통령의 위무도 큰 힘이 되겠지만 그 보다는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깨우치고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자리를 열어주는 것이 가장 큰 보약이 된다는 것이다.

산업계를 들여다보면 업계 컨센서스 조성에도 미흡하고, 정책조율에도 미숙하다 못해 어색할 지경이다. 산업계 보호를 위한 병풍조차 만들지도 모르고, 사회를 향한 몸짓 역시 어색하기 그지 없다. 그러다보니 산업 저널리즘이란 것 조차 생소하다.

반면 산업계를 흔드는 낭인들은 부지기수이고, 선량들은 거기에 편승해 산업 규제 법률만 남발하고 있다. 품격을 올려달라며 관계법률(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요청했더니, 이를 그대로 폐기시키면서도 게임질병코드 도입 문제는 발빠르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실효성도 없다는 셧다운제를 이젠 폐기해야 하지 않겠냐고 안팎에서는 야단인데, 여성가족부에서는 전시용으로라도 남겨 놓겠다며 끝까지 버티고 있다. 산업계가 각종 규제의 못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으로 전세계 게임계의 주목을 받던 시기, 게임계가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이라곤 통신인프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것도 업계가 고민해서 꺼집어 든 것이다. 오죽하면 깔려 있는 도로를 받은 혜택이었다고  꼽았겠는가. 그만큼 정부가 손을 쓰지 않을 때 게임 등 콘텐츠산업은 번성했다는 뜻이다. 십 수년전 규제의 거미줄이 뻗어지기 전 게임산업은 승승장구했다. 해외 나가면 게임 한류에 매료된 팬들을 수없이 봤다. 그런데, 그 어느 순간, 추진력을 잃어 버린 것이다.

산업을 위한다면 물과 거름도 그 것이지만 시시콜콜 간섭하지 않는 게 더 나은 길이다. 최근 내한한 힐마 베이가 패터슨 CCP 게임즈 CEO는 한국 정부에 대해 “게임 산업을 키우겠다면 무엇보다 정부가 간섭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이러다간 게임 후발국인 캐나다 아이슬란드, 영국에도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처럼 규제의 대못을 짊어진 채 경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있다면 다 풀어제치고 싸움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벅찬 경쟁이다. 더 늦기전에 산업 규제 철폐부터 서둘렀으면 한다. 그 것이 자금 및 정책 지원보다 훨씬 낫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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