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정주 회장, 재도약 위한 포석…구원투수 허민 긴급 투입

우리나라를 대표해 온 1세대 게임업체 넥슨이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왔던 김정주 NXC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게임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의 직원들도 크게 동요했다. 

결과적으로 이 매각은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지만 김 회장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매각하려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이미지는 과거와 같을 수 없게 됐다. 그가 회사를 매각하려 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시련과 사회적으로 게임이 질병으로 규정되는 등 부정적인 시선이 더욱 강해진 것이 큰 역할을 했으리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어쨌든 넥슨의 매각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그 이유가 팔려는 측과 사려는 측이 생각하는 가격이 너무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또 다른 이유는 매각 협상 과정에서 김 회장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리를 해서라도 게임판을 떠나고 싶었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말았겠지만 그러기엔 게임산업에 대한 미련이 더 컸다는 것이다. 

그가 넥슨의 매각을 철회한 것은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김정주라는 인물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와 영향력이 너무 큰 때문이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데 벌써 게임판을 떠난다는 것은 게임업계로선 너무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넥슨 매각을 철회한 이후 인적쇄신과 조직적 변화를 통해 회사를 안정시켜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넥슨 측은 조직 변화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돼 온 것이라고 하지만 김 회장의 의지가 없었다면 가능치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으로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하고 중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도록 만들어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며 인적쇄신에도 나서고 있다.  

지금 넥슨은 외형적으로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주요 매출원인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이미 10년이 넘은 작품인데 새로운 매출원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랫동안 수백억원을 투입해 개발해온 대형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허민 대표의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그를 외부 고문으로 영입했다. 최근 정상원 부사장 겸 띵소프트 대표,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 등 주요 임원들이 회사를 떠난 이후 허민 대표를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8년 간 수백억원을 투자한 띵소프트의 온라인게임 ‘페리아연대기’의 개발 중단을 비롯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취소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허 대표의 영입 효과가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허 대표가 게임계에 복귀하긴 했으나, 과거와 같은 영광을 재현하거나 그것과 비견되는 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내부 프로젝트 중단에 따른 인력 감축 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도 이 회사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넥슨 측은 구조조정에 따른 퇴출 없이 인력을 재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김 회장이 회사를 또다시 변화시키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허민 대표의 영입 뿐만 아니라 앞으도 더 많은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가 회사의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주저 앉기 보다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그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여서 더 좋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한 계산인지, 아니면 초심으로 돌아가 넥슨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결심인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둘 다 결과적으로 넥슨을 위한 일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김정주 회장은 그동안 M&A와 우수한 앤재 영입과 발탁 등을 통해 조그마한 벤처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예상치 못한 신의 한 수를 꺼내들었던 그였던 만큼 이번에도 많은 가능성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동안 그래왔던 것 처럼 이번에도 그는 의외의 카드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가 게임판은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1세대 창업자로 오래도록 남아 더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게임사업으로 성장한 이후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지금도 게임업계에 적지 않을 영향을 미치고 있듯이 말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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