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30여 교사연구회 맹활약…게임속성ㆍ재밌는 과정 통해 교육 반영될 때 효과 극대화

요즘 학교의 분위기는 필자가 어렸을 때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영화 두사부일체의 배경이 됐다는 소문의 학교를 다녔던 필자는, 소위 얼차려나 몽둥이찜질, 심지어 뺨 때리기 등도 일상적이던 학창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선생님이 조금만 역정을 내도 휴대폰을 들이대며 녹화하는 학생이 있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학교에서 체벌이 사라지고 학생들을 인격체로서 대하는 풍토가 자리 잡힌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각에선 교권이 흔들린다는 푸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학업에 열중하지 않는 것을 넘어, 수업 분위기를 흐리고 타 학생에게 악영향을 끼치거나 선생님에 대드는 등 통제할 수 없는 학생이 늘어날 시, 요즘 선생님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아니, 학생들이 더 이상 선생님들을 따르지도 두려워하지도 존경하지도 않게 될 때, 그런 상황에서도 과연 수업이 진행 가능한 것일까? 한국의 교육,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교육 현장의 변화는 딱히 새로운 일이 아니다. 기술의 발달, 그리고 거대한 문화의 흐름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전달 주체로서 개개인들이 나설 수 있게 됐고, 이전 시대에는 통용되던 일방적인 왜곡된 정보 주입도 이제는 집단지성의 팩트 체크에 의해 민낯을 드러내게 됐다. 1인 미디어가 창궐하고, 혼밥이 일상화되며, 집단보다 개인이 강조돼 왔다. 하지만 학교는 어떠한가? 좋은 대학 입학을 지상과제로 삼아 획일화 된 성공의 길에 학생들을 줄 세우는 데에 최적화 돼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은 학교의 논리가 아니라 학부모의 논리, 나아가 기성세대들의 논리이기도 하다. 개인의 가치와 자유로운 삶을 우선시하는 요즘 학생들과 학교의 가치관이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변화하는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어 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보이겠지만 게임과 교육의 접목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시도가 이루어졌다. 게임의 폐해에 대해 강조하는 이들은 교육에 가장 큰 방해요소가 게임이라 주장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게임(Serious Game), 게이미피케이션, 에듀테인먼트 등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수십 년 간 꾸준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또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이는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 추세다.

물론 그간 제법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콘텐츠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그러하지 못했다. 게임을 중심에 두고 교육을 접목시키면 재미는 있으나 교육적 효과가 부족하고, 교육을 중심에 두고 게임을 접목시키면 재미가 없어 외면 받는 경우가 태반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이 보다 즐겁게 수업에 임하게 하고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직접 머리를 모아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니, 바로 '게임 리터러시' 교사 연구회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해 진행된 사업중 하나인 게임 리터러시 교사 연구회는 올해로 벌써 3년째다. 게임을 통해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교사연구회들을 선별, 지원하고 있으며, 지금 현재도 전국 각지의 수백 명의 교사들이 30여 개 교사연구회를 통해 자신만의 주제와 방법으로 이 시도를 진행해나가고 있다. 이 시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게임 개발자가 교육에 도움 되길 바라며 제작하는 게임 등과는 달리, 일선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방향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시도의 방식도 다양해 학과 과목 지식 습득에 도움이 되는 보드 게임이나 디지털 게임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수업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보기도 하며, 오조봇, 터틀봇, 드론 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게임을 접목시키기도 하고, 아예 학교의 전 교과를 RPG화 해 학생들이 특정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롤플레잉을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단지 재미있는 수업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비교 집단과의 성적 변화 비교 등 나름 교육적 목표 달성 여부도 놓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시도들이 단지 시도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사례들을 타 학교에서도 참고할 수 있도록 성과보고회를 갖고, 선도교사를 육성하며, 우수사례집을 제작·배포하는 등의 활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요즘 학생들을 과거처럼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과 반복 암기 방식만으로는 이끌기 어렵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매개체는 TV나 영화, 책 등과는 달리, '상호작용'에 의해 그 의미를 갖는다. 즉 자발적인 참여와 그에 따른 결과와 보상의 변화, 이러한 게임의 속성이 교육에 반영될 때, 그것도 재미있는 과정을 통해 교육에 반영될 때, 교육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게임 리터러시에 참여했던 교사들의 공통된 경험담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가고 싶은 곳, 수업시간이 기다려지는 시간이 과연 될 수 있을까? 꿈만 같은 일이다. 요원하기만 한 일이다. 그런데, 게임 리터러시에 참여 중인 교사들의 진중한 눈빛을 보면, 그것이 언젠가 가능할 것만 같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생기게 된다. 변화해가는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그 답은 어쩌면 게임이 제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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