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경기하강에 동조현상…시대 바뀌어도 체질ㆍ교육 그대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2% 이하대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와 재계 관계자들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또 재계 일각에서는 4분기를 앞두고 디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과거엔 경기가 안 좋으면 엔터테인먼트산업, 특히 게임시장은 파란등이 켜져 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유독 게임만이 경기흐름과 보조를 맞추는 동조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나 음반 등 경쟁 업종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게임계 내부에서 조차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미국 영화산업은 1920년대 후반 몰아 닥친 경제 공항을 발판 삼아 발돋움했다. 당시 실업률은 무려 25%에 달했다. 그러나 영화는 오갈 때 없는 그들에게 큰 위안을 안겨 줬다. 영화산업 사상 최대 호황기를 맞이한 것이다. ‘영화 메이저’란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이처럼 잘 나가던 미국 영화산업도 1970~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TV와 게임기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영화산업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새로운 자구책을 찾아냈다. 정보기술(IT)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의 ‘원-소스- 멀티유즈’화(One-Source Multi-use)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이를 통한 산업 기반의 틀을 재구축하고 나섰다.

국내 음반 산업도 영화산업의 그것과 흡사했다. 해방이후 가요계는 일취월장했다. 서민들에게 안식을 안겨주면서 대중 가요시장은 급팽창했다. 하지만 시장 흐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음반시장은 내리막을 달렸다. 특히 CD(컴팩트 디스트) 등장과 함께 나타난 음원 수요는 음반시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냈다. 그러나 정작 음원 수요의 확대는 새로운 음반산업의 태동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들의 공통적인 움직임은 하나같이 변화하는 시대적 패러다임에 주저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산업 전문가를 육성하고 업계 컨세서스 조성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산학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였다. 그 결과, 독자적인 산업 토양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정부와 국회의 법률 재개정을 둘러싼 대립에도 늘 승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병풍 역을 맡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컸다.

게임시장이 영화, 음반, 영상, 출판시장과 달리 경제 동조화 현상을 빚고 있는 데 대해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단정지어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자구적 노력의 모습은 그들과 아주 판이하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게임계 만큼 모래알과 같은 집단은 일찍이 본적이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도 서투르고, 게임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주장에 대해서도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한다. 산업계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 조차 자신들 몫이라며 주장하지 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다. 주무부처인 문화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이 법률안은 황당하게도 법률적 체계의 불합리성이 문제가 됐다.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대단히 우려스런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누구 한사람 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가 없다

달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던져 버리면 그만인 곳이 게임계가 돼 버렸다. 산업이 멍들고 시장이 망가져도 그 누구도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이를 두고 그저 자업자득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가혹한 지적이다.

사실, 게임은 태생적으로 제도권과 쉽게 동화할 수 없는 업종이다. 과몰입, 폭력, 사행 등 3대 주홍글씨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사회적이고 더 친화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해 제대로 손을 내밀지 못한다. 제도권의 눈총을 의식한 나머지 주눅이 든 것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기능인 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대학 교육에서 문제점을 찾는 이들도 있다. 태생적으로 사회와의 동화에 어려움을 겪는 게임 업종이라면 인문 교육 중심으로 컬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하는 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몇몇 게임학과 컬리큘럼을 들여다 보면 모두 기능인 양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다 보니 제도권의 목소리와 사회 현상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 음반 등 경쟁업종 관련 학과의 컬리큘럼은 게임학과의 그 것 처럼 천편 일률적이지가 않다. 다양한 트랙으로 교육이 이뤄진다. 오로지 선수만 키우는 게 아니라 경기 운영 요원도 양성하고 심판도 키우고 경기 전문가도 육성한다. 그런데 게임학과 만이 선수 양성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 동조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는 할 순 없지만, 제대로 된 처방전 하나 내지 못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예컨대 업계 풍토의 문제이긴 하지만 대학에서 산업인으로서의 덕목과 게임 역사 교육이라도 이뤄졌더라면 과연 산업자본을 자기 마음대로 그렇게 쓰겠느냐는 것이고, 게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그처럼 손을 놓고 있겠느냐는 것이다.

시대의 페러다임을 읽지 못하는 산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는 경기 하강 조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과제라고 본다. 문제는 게임계의 체질이 더 이상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론 곤란하다는 것이고, 기능인 양산 중심의 대학 게임 교육이 참 게임인을 양성하는 현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다.

영화처럼 경제 불황 덕에 신분적 상승을 꾀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게임계가 IT업계처럼 매일 죽겠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누구 말대로 한가지만 놔두고 모두 다 바꿔야 산다.

첨언이다. 대학 게임학과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자 한다. 제발, 기능인 양성에만 매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컬리큘럼에 인문 사회 교육 부문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계의 인재풀이 훨씬 풍요로워 진다. 개발자 양성도 그 것이지만, 이젠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게임 전문가들을 키우는 데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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