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문화ㆍ역사의식 없는 기술자 양산…새시장 개척은 창조적인 인재들이

정부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 게임인재원의 문을 열었다. 이 교육기관은 첨단 융복합 기술 및 현장 연계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교육과정은 ▲게임기획(디자인) ▲게임아트(그래픽) ▲게임프로그래밍 등의 분야로 나누어 2년 동안 전액 무료 교육을 제공한다.

게임인재원의 목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신성장시대 고용트렌드에 맞는 창의적이고 실무적 인재양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뿐만 아니라 혼합현실(MR), 인공지능(AI), 알고리즘, HTML5, 사물인터넷(IoT) 등을 반영한 이른바 ‘4차 산업형 커리큘럼’을 제공해 새로운 기술과 게임을 융합해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다. 또 실무능력을 갖춘 현장형 인재양성 교육을 추진해 산업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재원은 과거 정부 주도의 게임 인력 양성과정으로 운영됐던 ‘게임아카데미’의 뒤를 잇는 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다. 게임아카데미는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운영됐으며 교육생의 평균 취업률이 90%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2000년, 2002년, 2006년에는 100% 취업률을 기록했고 국내외 수상 경력은 113회에 달한다.

지금까지 게임인재원의 비전과 기대효과를 살펴봤다. 정부가 내세운 대로 인재원이 운영된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나 유능한 인재를 갈구하고 있는 기업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 게임을 개발하는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 기술자를 양산하다 보면 창의성도 없고 사명감도 없으며 비전도 없는 기술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아니면 취업을 위해 단순 노동에 몰두한다. 한 작품이 성공하면 똑같이 베끼고 따라한다. 이렇게 비슷비슷한 게임들이 홍수를 이루면 곧 식상한 유저들이 떠나가고 새로운 작품이 눈길을 끌면 또 너도나도 따라 하기에 바쁘다. 

이런 기술자들은 아무리 많아도 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안된다. 오히려 게임산업을 만들고 성장시킨 사람들은 기술자들이라기 보다는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에 창의성을 부여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온라인게임 시장을 개척한 1세대 개발자들은 대부분 게임을 즐기며 새로운 기술을 시험적으로 도입한 마니아들이었다. '바람의 나라'가 그렇게 탄생했고 뒤이어 '리니지'와 '메이플스토리' '뮤' 등 역사를 개척한 수많은 작품들이 기술자가 아니라 창의적인 마니아들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앵그리버드' 등은 기존의 게임 대기업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열정과 창의력으로 무장한 마니아들의 손에서 창조됐고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들은 게임을 단순한 기술로 보지 않고 그들이 추구하는 꿈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열정을 쏟아붓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

지금 우리 게임업계는 유능한 기술자가 넘치고 있다. 정부가 게임인재원을 운영하지 않더라도 이미 사회 곳곳에는 뛰어난 기술자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지금 게임업계의 문제는 뛰어난 기술자들의 부족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기술자들도 다른 분야로 탈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에 비전이 없다면서 블록체인 등 새로운 분야로 옮겨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단순 기술자들을 양성하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 아닐까.

물론 게임인재원과 게임마이스터고와 같이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부족한 문화와 역사에 대한 소양을 채워서 균형을 이루는 것도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소명의식과 비전을 품을 수 있다면 게임산업은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이 늘 신선하고 활기찬 생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전환은 개발자들이 가장 절실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게임개발자들은 마치 소설가나 영화인처럼 존경받고 대우받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에 대한 인식이 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할 일은 게임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문화로서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들을 창작자로서 존경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가는 일이라 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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