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내외 업체 대거 불참 '위상 흔들'…패러다임 읽는 전시회로 거듭나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쇼 ‘지스타’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매년 ‘지스타’에 참가해 관람객 유치에 큰 역할을 해 온 넥슨이 첫 불참 선언을 하며 그간 곪아온 문제들이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스타는 국제게임전시회를 표방하며 ‘E3’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등과 비견되는 행사로서의 도약을 외쳐왔다. 그러나 외형적인 성장만 거듭했을뿐 실제 위상을 더하진 못했다는 비판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스타는 그간 관람객 추이나 전시 규모 등에서는 꾸준히 확대되긴 했으나 해외 주요 업체들의 부재가 계속된다는 점에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가운데 올해는 그나마 체면치레를 해온 넥슨까지 불참함에 따라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8’를 찾은 관람객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23만 5082명에 달한다. B2B 전시관을 찾은 유료 바이어는 첫쨋날 1779명, 둘쨋날 266명, 셋쨋날 124명을 기록한 가운데 전년 대비 약 8.1% 증가한 2169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스타 역시 콘솔 게임의 부재를 비롯해 해외 주요 업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응 속에서도 관람객 규모는 역대 최대 성과를 달성했다.

# 신작 발표 비중 축소
지난해 지스타에서는 에픽게임즈가 메인 스폰서를 맡아 ‘포트나이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포트나이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해외 업체의 행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는 것.

또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콘솔 플랫폼 홀더의 참여가 부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콘솔 게임 전시가 전무한 상황 역시 게이머들의 실망감을 키웠다는 평이다. 콘솔 게임이 아니더라도 해외 게임쇼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일렉트로닉아츠(EA), 유비소프트, 스퀘어에닉스 등의 글로벌 업체가 지스타에서는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거나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전통적인 게임전시회 측면에서 지스타의 존재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지스타를 통해 신작을 선보이는 업체들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기 때문에서다.

신작보다는 이미 서비스 중인 작품의 홍보에 치중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업체들의 공백으로 인해 작품 전시보다는 인터넷 방송진행자(BJ) 및 유튜버 등의 인플루언서를 내세운 유저와 소통 이벤트, e스포츠 대회 관람 등이 자리를 대신하는 중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지스타가 게임쇼에 대한 수요가 변화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주최 측이 이 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는 것.

# 위기가 곧 기회다
올해는 돌연 넥슨이 지스타에 불참을 선언하며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넥슨의 불참은 지스타가 시작된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매년 대규모 부스를 마련해 ‘지스타’의 볼거리를 채워왔으나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에따라 지스타조직위 측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지스타는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3 업체가 참가하면서 규모나 내용면에서 많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러나 최근 엔씨소프트가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결국 넥슨까지 불참하게 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업체들의 부재로 지스타의 위상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넥슨의 이번 지스타 불참은 개발 및 서비스 중인 게임의 내실을 다지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넥슨의 지스타 불참은 김정주 NXC 대표의 매각 불발 이후 향후 사업방향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게 아니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지스타에 대한 위기감 고조는 스마트폰의 점유율 확대와 모바일게임 중심 시장으로의 변화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온라인게임 신작을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지스타의 영향력은 더욱 감소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전시회로서의 매력을 더할 콘솔 게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업체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한국 시장에서 지스타 같은 대규모 전시회에 큰 비용을 들여 참여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더 이상 역행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게 됐다. 특히 모바일게임 주력의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지며 당장 급격히 뒤집히진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도 찾지 않도록 그대로 손을 놓고 있는 지스타조직위가 문제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지스타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전시회 성격 자체를 재정의하는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넥슨이 불참을 선언한 올해가 이 같은 대대적인 탈바꿈의 적기라는 평이다. 게임산업협회의 회장사로 여겨지는 넥슨의 불참으로 지스타 위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이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핵심적인 정체성의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되던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개선이 지스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시회 참가 기업에 대한 부담을 낮추고 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가장 일차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영세 업체들에게는 더 파격적인 비용을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등 새로운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법도 대안으로 꼽힌다. 앞서 미래 먹거리로 주목을 받으며 정부에서도 관심이 높은 분야인데다가, 시장 개척에 도전하는 강소 업체들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온라인게임이나 콘솔 게임의 부재를 채우지 않겠냐는 평이다.

# 문화행사 가치 제고해야
엔씨소프트는 올해 지스타 B2B 전시관의 게임 스타트업 부스를 후원한다. B2B 전시 지원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주최하는 것으로 지난 2015년부터 5년째 지속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부터 3년째 후원을 이어간다.

B2B관에 참여하는 게임 스타트업 10개 업체는 행사 참가비용과 입장권을 지원받고, 간담회를 통해 상호 네트워크 구축 및 노하우를 공유 받을 수 있다.

장현영 엔씨소프트 정책협력실장은 이에 대해 “게임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과 유망기업 발굴에 앞장서고자 다양한 채널로 후원을 지속하고 있다”며 “게임업계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게임이 대한민국 대표 문화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 같은 사례를 더욱 확대해 나가는 게 지스타의 내실을 더할 지름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비단 지스타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게임 전시회가 위축되고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스타는 특히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전시회의 흥행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또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는 전시회에 대한 업체들의 기피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서둘러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지스타에 대한 무용론이 대두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지스타가 항상 날카로운 비판을 받아온 것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해 한해 역사를 쌓아오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를 답습과 퇴보의 행보를 내버려 둘 수도 없다는 것이다.

지스타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더라도 23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행사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때문에 개최지 부산 지역과의 연계 및 파급 효과 역시 지스타의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지스타가 직면한 난관을 푸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 행사로서의 관점으로 지스타를 발전시켜 나갈 때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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