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넥슨, 조직 재편의 고삐 당긴다

'NYPC 2019' 행사에서 이정현 넥슨 대표는 조직개편과 구조조정간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온라인·모바일 부문 통합 초강수...허민 등 하마평 무성

최근 넥슨이 국내외에 걸쳐 전방위적인 조직개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앞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어 이러한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조직개편을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어 해석하고 있는데 부진한 성적을 탈피하기 위한 강도 높은 분위기 쇄신과 매각 재개를 위한 몸 집 줄이기가 그것이다.

다만 넥슨 측에서는 최근 조직개편이 매각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어 실제 이 회사의 노림수는 한동안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이 회사의 조직개편은 먼저 국내부터 시작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이달 중 PC온라인 사업본부와 모바일 사업본부를 통합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개편될 사업 조직은 김현 사업 부사장이 총괄 책임을 맡게 되며 각 작품별로 담당팀이 새로 구축될 예정이다. 개발조직은 변경 없이 기존 체제를 유지한다.

# 국내서 뚜렷한 성과 못내

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국내 조직개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매각 무산 소식이 알려진 후 몇 달도 되지 않아 국내 사업통합 소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넥슨이 상업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매각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이번 조직개편은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의 플랫폼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환경 속에서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어 급변하는 게임 시장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기 위함”이라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이 회사 관계자 역시 조직개편을 통한 프로젝트 정리와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 “그럴 계획은 전혀 없다. 자사는 조직개편을 수시로 한다”며 “단순한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NYPC 2019’ 행사에서는 이정헌 대표가 직접 나서 조직개편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현장에서 이 대표는 “넥슨이 그동안 1등은 했지만 국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진행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에 공지는 못했으나 넥슨 임직원 모두가 잘되고자 하는 일이니 인위적인 구조조정과는 연결 짓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2일 넥슨(일본대표 오웬 마호니)은 엠바크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략적 투자 단행에 이어 이번 투자를 통해 32.8%의 추가지분을 취득한 것. 이를 통해 넥슨은 이 회사의 지분 66.1%를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 북미 시장 거점 통폐합

엠바크스튜디오는 스웨덴 스톡홀롬에 위치했으며 스트리밍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설립된 업체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 대표는 지난 3월 낵슨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넥슨은 향후 엠바크가 개발한 타이틀을 글로벌 퍼블리싱 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엠바크의 개발역량에 넥슨의 라이브게임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혁신적인 차세대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업해나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서구권 시장에서의 영향력를 강화하기 위한 투자 행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다. 기존 약점으로 평가 받는 서구권 흥행 측면을 보완하며 회사 가치를 극대화해 나가겠다는 장기적인 움직임으로 해석한 것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도 8일 2분기 실적발표 당시 “넥슨은 최근 완전 인수 계획을 발표한 엠바크 스튜디오를 통해 서구권 시장의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게임과 이용자 경험을 창조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며 서구권 시장 공략 의사를 나타냈다.

M&A뿐만 아니라 북미 법인 통폐합도 있었다. 이달 초 넥슨은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의 넥슨M을 폐쇄하고 넥슨아메리카에 통합시키는 등 북미 사업 구조의 재조정 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폐합 과정에선 넥슨M 뿐만 아니라 ‘마비노기’ ‘로켓아레나’ 및 미발표 작품에 대한 제반 업무를 지원하던 디비전파트너스까지 정리에 들어간다.

통폐합되는 넥슨M은 이 회사의 북미 지역 모바일 게임 서비스를 맡던 곳이다. 앞서 이 회사는 넥슨아메리키와 넥슨M을 각각 두고 북미 사업을 전개해 온 것. 이 같은 북미 법인 통폐합과 관련해 이 회사는 “모바일뿐만 아니라 PC‧콘솔 게임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통합 플랫폼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앞서 국내조직개편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구조조정 여부에 “넥슨M의 인력들은 대부분 넥슨아메리카로 전환배치 및 지원하도록 독려할 예정”이라며 대규모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법인 통폐합과 관련해 이 회사가 그간의 시행착오를 만회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 회사의 경우 앞서 북미지역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공격적으로 선보였으나 구체적인 결실을 얻진 못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영입 이야기도 불거지고 있다. 허민 대표는 지난 2011년 네오플을 설립해 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후 허 대표는 네오플을 넥슨에 3800억원에 매각했다.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넥슨의 주력 매출원을 차지하고 있는 핵심 작품이다. 이후 허 대표는 위메프를 설립했고 현재에는 위메프의 최대주주 원더홀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러나 아직 허민 대표의 구체적인 영입시기와 직책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 '던파' 신화 주역 컴백?

넥슨 측은 허민 대표 영입설과 관련해 “아는 바가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던전앤파이터’라는 확고한 성공사례를 기록한 허 대표를 영입해 내부 분위기 쇄신 및 차기작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이다.

현재 넥슨이 국내와 해외를 아우르는 대규모 조직개편 및 중요인사 영입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업계는 두 가지로 가능성으로 나누어 해석하고 있다. 이 중 하나는 매각 무산 이후 어수선해진 분위기와 최근 마땅한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동시에 타파하기 위해 넥슨이 강도 높은 분위기 쇄신에 들어갔단 분석이다.

다른 하나는 조직개편을 통해 몸 값을 줄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직개편이 완료될 경우 이 회사가 다시 매물로 나올 수 도 있다는 것. 다만 넥슨 측에서는 최근 조직개편이 매각과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어 매각 재개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무산 이후 얼마 되지도 않아 넥슨이 조직개편 소식을 알렸다”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위기 쇄신 혹은 매각 재개를 위한 조직개편 등 넥슨이 어느 방향을 지향하고 있던 시장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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