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일본제품 불매운동…게임계 영향은

전주 대비 무려 30% 물량 줄어...일부 IP 활용작들은 '조심조심'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서 국내에서도 7월초 부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산업도 일본과 관련된 부문이 적지 않아 불매 운동 영향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플레이스테이션4(PS4), 닌텐도 스위치 등 일본 콘솔기기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게임산업에서는 일제 불매운동의 영향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과 일본 게임산업 모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달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및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을 계기로 주류, 자동차, 완구, 관광, 의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다양한 일본 제품들의 국내 판매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업계에서도 게임산업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발생할지 시장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말하면 아직 관련 기류는 관측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 ’랑그릿사’ 등 여전히 매출 상위권

실제 지난달 9일 기준 구글 플레이를 살펴볼 경우 매출 10위권 내에 ‘랑그릿사’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등 일본 유명 판권(IP) 활용작들의 이름이 여럿 올라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중하위권에 있던 일본 IP 활용작들은 오히려 전달 대비 순위를 크게 상승시켰다.

이 중 ‘랑그릿사’의 경우 6월 30일 기준 매출순위 2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9일에는 4일 이달 22일에는 순위하락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순위 감소는 다른 일본 제품들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향은 없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이 출시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나 유저들의 열기가 잠잠해졌으며 국내 대작 MMO를 비롯한 중국 작품들의 공세가 있었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또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의 경우 최근 매출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당초 일본의 경제보복 전인 6월 28일부터 매출순위 하향 안정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의 경우에는 오히려 지난달 순위가 반등한 모습을 보였다. 이 작품은 6월 27일 구글 매출순위가 14위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달 들어 6위까지 순위가 반등했다. 이후 하락과 반등 등 유동적인 순위변화가 있었고 22일에는 11위를 기록했다. 10위권 내 재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중위권까지 살펴볼 경우 역주행을 보인 사례는 더욱 많다. ‘페이트 / 그랜드 오더’의 경우 6월 30일 기준 매출순위 11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7월 들어 급격한 순위 반등을 보여 이달 12일부터 16일까지 매출순위 8위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100계단 이상 순위 반등이 이뤄진 것이다. 7월 들어 매출순위 하락을 보인 일본 관련 작품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불매운동의 여파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오히려 관계자들은 국내 게임 중 순수하게 일본업체가 개발하고 이를 다시 직접 서비스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불매운동에 따른 악영향이 나타날 경우 단순히 IP를 빌려준 일본업체보다 이를 활용해 개발했거나 퍼블리싱 하는 국내 업체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 콘솔 판매 감소세 뚜렷

이 같은 상황에서 유통업계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4(PS4), 닌텐도 스위치 등 일본 콘솔기기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둘째 주(7월 7일~13일) PS4와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수량은 각각 전주대비 17%, 3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일본 제품불매 운동이 콘솔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도 했으나 업계전반에서는 이에 수긍하지 않는 모습이다.

콘솔 게임기의 경우 사실상 대체 상품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콘솔 게임기의 경우 1회성 소비재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가령 한 유저가 닌텐도 스위치를 구매했을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해당 제품을 다시 살 이유가 없다는 것.

더욱이 국내 콘솔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콘솔 기기 판매량 자체가 높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8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내 전체 게임시장 중 콘솔 게임의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올해 시장 규모는 5301억원이 예상되는데 이는 전체 게임시장 중 3.64%다. 시장 특성 상 콘솔이 활발하게 판매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흥행 콘솔 작품의 부재와 콘솔 세대 변화 전망 등이 구매를 꺼리게 하는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다.

콘솔 패키지를 판매하는 유통 및 판매하는 업체들 또한 큰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콘솔 기기뿐만 아니라 패키지 부문 역시 일본 제품이 많은 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전체적으로 특별한 영향은 없다. 업계 전반에서도 아주 영향이 없지만은 않겠지만 일반적인 일본 제품에 비해서는 영향이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불경기가 맞기는 하다. 그러나 이 불경기가 일본 불매운동 때문에 그렇기 보다는 이전부터 PS 전환기여서 영향이 있었다”며 “콕 집어서 불매운동 영향이라 말하기는 어렵다”고 상황을 평가했다.

# 일본 관련 마케팅은 크게 줄어

다만 업체들이 스스로 일본 관련 마케팅을 지양하는 모습은 관측되고 있다.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일부러 자극하진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소게임업체 그램퍼스(대표 김지인)는 모바일 게임 ‘마이리틀셰프’에 모스버거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당초 계획과 달리 콜라보 마케팅 영역을 대폭 축소해 실시했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 운동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일본 브랜드 모스버거와 콜라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김지인 대표는 이에 대해 “모스버거와 프로모션은 연초부터 준비해 온 장기 파트너십 프로젝트였다”면서 “게임 유저들의 취향을 고려해 이와 적합한 브랜드와의 제휴를 검토해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버거와 콜라보는 오랜 기간 준비한 프로젝트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가 터진 시점에는 이미 게임 내 다양한 부분에서의 개발이 이뤄졌다는 것. 이에 따라 제휴 이벤트 자체를 제거할 때 발생할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일정대로 업데이트를 실시하되 이벤트 범위를 최소화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당초 모스버거 측과 논의한 대대적 오프라인 이벤트 등 많은 부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이번 불매 운동에 대해 “불매운동의 핵심은 브랜드의 생태계에서의 연결고리에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 잔재를 없애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단순 태생으로 분류한 불매가 아닌 발전시켜볼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한국식으로 재해석하는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일각에서는 국내에 존재하는 일본 관련 게임보다 향후 일본 진출을 앞둔 한국 게임들이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 한국의 불매 운동에 대한 맞붙을 놓을 수 있지 않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계의 경우 앞서 사드 문제로 인해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다른 빅마켓인 일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던 상황이다.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진출에 문제가 생길 경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돋보기] 일본 게임업계 때아닌 '좌불안석'

D램 수출규제 땐 콘솔 ·게이밍 PC 수요 크게 위축 우려

한일간 경제 전쟁에도 불구하고 국내 게임산업에는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이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내 게임산업에 큰 피해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일본의 도발에 맞서 한국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으로써 가장 먼저 D램 수출규제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D램은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빨리 컴퓨터의 주력 메모리로 사용되는 램을 지칭한다. D램은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예를 들어 닌텐도 스위치에는 2GB D램 2개, PS4에는 SD램 1개와 고성능 1GB 그래픽 D램 8개 등이 장착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일본 시장에선 게이밍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해당 제품 모두에도 D램이 들어간다.

이 같은 D램은 국내 업체들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D램 생산 등에 필요한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이 막힘에 따라 생산차질 우려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수입처 다변화와 자체기술 개발로 오히려 탈일본 움직임이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D램의 일본 공급이 중단될 경우 현지 게임기를 포함한 전자제품 전반의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업계에서도 D램 수출규제가 실제 이뤄질 경우 닌텐도, 소니 등 현지 업체 등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국가의 교역은 무역체인으로 연결돼 있다”면서 “일본의 일방적인 수출규제는 자국 내 게임산업과 유저들에 부메랑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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