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범람하는 게임광고 '질식할 지경'…결국, 산업자본까지 갉아 먹고 있는 게 아닐까

잘 나가던 국내의 한 게임업체가 갑자기 일본 업체에 매각됐다. 매각 규모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이었기에 업계의 관심은 더 컸다. 오로지 한 작품에 대한 가치를 그렇게 평가한 것인지, 아니면 그 기업에 대한 미래 가치를 평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아주 기록적인 금액으로 일본 업체에 넘어갔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의 반응은 여러 갈래로 나타났다. 그중 한 가지는 어떻게 그 같은 큰 금액을 받고 팔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그 매각 대금은 다 어디로 가게 되느냐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넷마블이 CJ 그룹에 편입되면서 방준혁 사장에게 800억원을 지불한 게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업체의 매각 규모는 수 천 억원대에 달했다. 업계는 이 업체의 사장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일본통이란 점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았다. 인수 기업의 미래 지향점을 잘 알고 있는 그의 베팅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인수업체가 글로벌 게임업체도 아닌, 경쟁사인 일본 업체라는 점에서 달가워하지 않았다. 예컨대 늘 그래 왔듯이 알갱이만 빼먹고 쓰레기 통에 버려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 이 업체는 지금도 내수에 주력하며 동시에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뭉칫돈을 쥔 그가 바람과 같이 게임계를 떠나 버린 것이다. 업계는 그 매각대금이 산업계로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 정도의 돈이면 벤처, 스타트 업 수백개를 양산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헛된 것으로 끝이 났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 자금은 거의 부동산 시장 쪽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벤처의 목표는 굴지의 기업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좋은 기술 또는 아이템을 개발해 이를 대기업에 전수하거나 팔면 그만이다. 또 이를 통해 쥔 자금으로 또다시 기업을 일구고 만드는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산업 인프라를 조성해 나가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이 유연한 시장 구조가 잘 형성돼 있다.

게임을 통해 거금을 쥐었다고 해서 그 돈을 꼭 게임에 재투자해야 하는 게 옳은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른 일이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는 맞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일정 규모의 자금은 재투자하는 게 상식이다.

국가는 국부(나라 자산)의 많고 적음을 통해 그 나라의 부강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산업 자본이 풍부해야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매각 대금이 천문학적 수치여도 그 자금이 산업계로 다시 흘러 들어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그 돈이 부동산 쪽으로 쓰였다면 더욱 그렇다. 다시 말하면 사업을 통해 얻어진 돈이라면 적어도 그 돈의 일부는 사회의 자산이며, 더 나아가 국부의 종자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의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영업이익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메이저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쪼그라 들고 있다. 매출은 느는데 영업비용은 증가하고, 반면 이익률은 감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비용은 터무니없이 늘고 있다.

기업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살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생존 경쟁과 마케팅 비용 증가의 함수 관계를 들여다 보면 반드시 평행 이론과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요즘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행태를 보면 왜 그처럼 게임 광고를 퍼 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케이블 방송은 물론, 지상파 TV까지 게임업계의 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기 보다는 퍼대기 위한 광고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 광고가 너무나 많다.

반면, 게임 산업 인프라는 지난 20년 전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 어떤 것도 진척된 게 없다. 해마다 열리는 게임 전시회를 보면 오히려 퇴행하고 있고, 게임과 관련한 각종 시상식은 예산 부족으로 명맥을 이어가지 못한 채 진퇴 여부를 놓고 장고중이다. 산업 존폐 여부가 달린 법률안은 퇴짜 맞기 일쑤이며, 업계의 컨센서스는 제대로 된 산업지 하나 구휼하지 못해 거의 아사 직전이다.

그렇다. 지금, 누구 마음대로 산업 자본을 마구 사용하고 있는가. 그 누구로부터 허락을 받고 그 돈을 쥐락 펴락하고 있는가. 자신들의 수중에 들어 왔으니까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은 천민 자본가나 하는 짓거리다. 외형적으로 보면 그 같은 돈을 쓰는데 그 어떤 고민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다. 용처만 밝혀 놓으면 그만이던가. 개별 기업의 자산도 종국적으로는 산업 자본이다. 그렇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게임업계를 통해 엄청난 돈을 쥐고 부동산 시장으로 달려간 그 옛 사람에 대해서는 먹튀라며 욕을 한다? 그 옛사람과 그 옛사람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당신들과 차이점이 과연 무엇인가.

이런 상태로 흘러 가면 시장은 죽는다. 산업이 몇몇 나무만이 군데 군데 남아있는 민둥산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산업계의 자본을 지금처럼 그렇게 낭비해선 곤란하다. 기업 활동을 위한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케이블 방송과 지상파 TV에 넘치도록 퍼 대는 광고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것은 산업 자본을 갉아 먹는 길 일 뿐 아니라 광고를 하지 않으면 게임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마케팅 논법을 잉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경계하고 배격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게임은 마케팅의 승부가 아니라 게임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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