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자사 모든 작품에 적용 의지…사행성 논란 잠재울까 주목받아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의 수익모델은 크게 정액제와 부분유료화 등 두개로 나뉘어 진다. 정액제는 말 그대로 한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무한정 즐길수 있는 요금제이고 부분유료화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지만 아이템을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정액제가 대세였다. 그러다가 정액제를 부분유료화로 바꾸거나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정액제 게임을 찾아보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세계 최초로 부분유료화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은 지난 1999년 말에 등장한 넥슨의 온라인게임 '퀴즈퀴즈'다. 이 작품도 처음에는 정액제였지만 2001년 무료로 전환하면서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 최초의 부분유료화 게임이라는 역사를 개척했다. 부분유료화는 누구나 쉽게 게임에 접속할 수 있게 하면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자신이 필요하면 아이템을 사고, 아니면 그냥 무료로 계속 즐길 수도 있었다.

그러다가 부분유료화에 큰 변화가 생겼다. 뽑기의 개념을 도입한 '확률형 아이템'이 등장한 것이다. 이 확률형 아이템은 유저들의 호기심과 경쟁심, 그리고 우월감을 자극했다. 고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열번, 스무번을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운이 좋으면 서너번 만에 고급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스무번을 채워야 가신히 얻을 수 있는 상황은 유저들의 경쟁심을 더욱 자극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러한 점이 문제가 되면서 '게임이 사행화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단순한 예는 복권을 들 수 있다. 똑 같은 돈을 주고 복권을 사지만 대부분 꽝이다. 1등이 될 경우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지만 십중팔구는 돈을 잃는다. 이처럼 확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매주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 게임 속 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는 그나마 꽝이 없는 것이 다행이려나.

귀중한 아이템을 얻을 수만 있다면 몇만원이나 몇십만원 정도는 기꺼이 투자하겠다는 경쟁심리가 유저들을 자극하고 이를 통해 게임업체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 이를 보다 못한 정부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겠다고 나섰지만 '자율적으로 확률을 표시하라'는 정도에 그칠 뿐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해도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 유저 스스로 선택해서 구매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가 당연히 여기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그런데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반기를 들고 나선 업체가 등장했다. 바로 에픽에임즈다. 이 회사는 자사 게임 안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완전히 퇴출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크게 두가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놀라움과 환영이고 다른 하나는 과연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다.   

에픽게임즈는 올해 말까지 자사의 모든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에픽게임즈 자회사 사이오닉스는 최근 온라인 게임 ‘로켓리그’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를 없앤다고 공지했다. 

사이오닉스는 "자사와 에픽게임즈는 유저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올해 말 확률형 아이템을 모두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대체 시스템으로는 지난 1월 포트나이트의 ‘세이브 더 월드’ 모드에 선보인 '라마 아이템'과 유사한 방식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마 아이템은 유저가 구매 전 해당 아이템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자신이 어떤 상품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 후 구매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에픽게임즈도 사이오닉스의 결정에 대해 "앞으로 모든 에픽게임즈 타이틀에서 유저들이 아이템을 구매할 때 이와 같은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국내외 유저들은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부 유저들은 “에픽게임즈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 “10개의 아이템을 사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보다 기분 나쁜 것은 없었다”며 에픽의 결정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의 방향전환이 과연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들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이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포트나이트'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때문에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세력판도가 뒤흔들릴 수 있다. 기존 유저들이 이를 받아들일 지, 아니면 반발하고 떠나갈 것인지는 시간이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에픽게임즈의 변신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켜주길 바란다. 작은 불씨가 온 들판에 번져 나가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 변화가 의외의 반발에 부닥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변화보다는 기존의 상황에 안주하는 것을 더 바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시장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지금 게임 유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길들여져 있어 이에 대한 반감을 가진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유저들까지 끌어 안기 위해선 보다 개방적인 작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픽게임즈는 바로 이들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은 언제나 큰 위험부담이 따른다. 예상치 못한 복병으로 인해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을 통해 더 큰 세계가 활짝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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