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에픽게임즈의 자회사 사이오닉스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로켓리그’에서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에픽게임즈 역시 자사의 모든 게임에 같은 정책을 적용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대처에 국내외 유저들은 모두 환호하고 있다. “에픽게임즈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면서 이 회사의 결정을 지지했다.

‘랜덤박스’ ‘루트박스’ ‘가챠’ 등으로도 불리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유저들의 반감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심하면 1% 미만, 소수점 단위 확률의 대박으로 유저들을 현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극악의 확률로 인한 짙은 사행성을 지적하며 도박과 비교하는 이도 적지 않은 편이다. 또 업체들이 게임 밸런스와 맞물리는 아이템을 이 같은 방식으로 판매함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과금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계속돼 왔다.

이 같이 업체들의 매출 창출 핵심 역할로 주목을 받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퇴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 역시 유저들의 비판을 수용하며 자정의 행보를 보이는 추세다.

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을 당장 삭제하기보다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게임산업협회라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협회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랜덤박스 확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 유비소프트 등의 업체가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2017년부터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으며 구글도 지난 6월 개발자 정책 업데이트를 통해 확률 공개 조항을 추가했다. 우리나라도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번 에픽게임즈의 사례가 지지를 받는 것도 이 같은 맥락 때문이다. 업계가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는 수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완전히 확률형 아이템 자체를 삭제하며 유저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한 모습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계가 친유저 정책을 펼치며 배제되는 것뿐만 아니라, 제도권에서의 제재 측면에서도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도박으로 간주해 도박금지법과 동일한 법적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쉬 하울러 상원의원을 중심으로 미성년자 소액결제 및 확률형 아이템 금지 법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일련의 변화는 급진적이라 할 수는 없다.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규제 법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업체들 역시 하나둘씩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로켓리그’의 사례와 에픽게임즈의 결정에 유저들이 호응을 보낸 것을 비춰보면, 확률형 아이템은 이제 어두운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 글로벌 업체들이 이를 인지하고 변화를 꾀하기 시작함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먼저 찾아낼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부분 유료화와 맞물려 확률형 아이템 수익 모델을 선도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상품이나 수익화 전략 발굴에도 한발 앞서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배제에 따른 당장의 수익 감소나 매출원 공백에 대한 우려도 크겠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신태웅 기자 tw333@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