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경제ㆍ문화 교류에 찬물…그의 목적수는 끝내 실패하고 말 것

지난 주말, 일본 아베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단축국가)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그렇게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설마 거기까지 가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각의를 열어 이를 관철시켰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주요 정보기술(IT) 품목들이 된서리를 맞게 될 전망이다.

이제, 관심은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모아지고 있다. 아베 정부가 그리 했으니까, 그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일 군사 정보보호협정(GSOMIA)을 파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내년 도쿄 올림픽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있으나, 일단 국제적 관행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ㆍ일 양국이 이처럼 극단으로 치닫게 된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아베 정부의 몽니 때문이다. 일제의 강제 징용 문제가 빌미가 됐지만, 아베 정부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를 테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해 한국민들의 동요를 살펴보고, 또 이를 통해 민심을 갈라 놓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과, 잘 나가는 한국 경제, 특히 IT 경제에 급제동을 걸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다 속으로 셈을 해 놓았던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아베 정부에 대단히 불리한 여론이 빗발 칠 것이란 점이다. 전후, 일본은 약 70여년간 자유 무역체제의 최대 수혜자였다.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에 11개국을 끌어 모아 자유 무역을 주창한 이 역시 다름 아닌 일본이다. 그같은 아베 정부가 표정도 안 바꾼 채 태연스럽게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지워버렸다. 일본 집단들의 보편적 특질인 이중적인 태도와 잣대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경제의 또 다른 축의 피해를 우려하는 국내 문화산업계의 표정은 더 좋지 않다. 양국의 관계자들은 화이트리스트 지정에 따른 파장이 과연 어디까지 미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지만, 일단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미칠 영향은 아주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내 여론이 아주 비관적인데다, 특히 2030 세대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그 파장이 예상외로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란 게 산업계의 반응이다.

솔직히, 양국의 대중 문화교류는 그간 어렵사리 이어져 왔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의 문화교류는 공식적으론 거의 단절이 되다시피 했다. 이 가운데 게임만이 유일하게 양국의 소통 기구 노릇을 했다. 일본 아케이드 게임 및 콘솔게임들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이들 게임은 대한민국 1세대 게임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대중문화 교류의 물꼬를 본격적으로 트기 시작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다. 1998년, 그간 꼭꼭 문을 닫아 걸어온 일본의 대중 문화를 단계적으로 개방, 영화 비디오 만화 시장이 먼저 개방됐고, 가요, 방송, 애니메이션 시장이 2단계로 문을 열었다.

당시 정부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 결정에 대해 극복해야 할 과제라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으나, 대중문화계 일각에선 젊은이들의 왜색 문화 추종을 우려하며 강력히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같은 양국의 문화 교류가 있었기에 게임은 게임대로, 음악은 음악대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받으며 발전해 온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J팝에 이어 K팝의 탄생도 이같은 양국의 경쟁과 협업의 결과라고 한다면 너무 단순한 비약일까.  또 우물 안에 갇혀 있던 충무로 영화계는 어떠한가. 이웃한 그들의 다양한 시도가 잠자던 충무로 사람들에게 창작 의욕을 지피게 한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점은 정치와 경제 협력에 이어 양국의 문화 교류의 꽃을 피워야 할 이 시점에 아베 정부가 엉뚱하게 돌을 던져 버린 것이다. 그 맹목적인 ‘돌던짐’이 시정잡배들의 표현대로 한국 정부에 대한 간보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던져진 돌로 인해 양국의 뜻있는 사람들은 생사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베 정부는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녕, 끝을 보겠다는 것인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아베정부가 한가지 놓치고 있는 부문이 있다. 일본 제품이 좋아서 한국에서 많이 팔린다고 생각하는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제품도 그렇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이 개발 능력이 뒤쳐져서 부품ㆍ소재 등 일본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것만이 아닌 듯 하다. 개발해서 쓰기 보다는 이미 개발된 부품과 소재를 가져다 쓰는 게 더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간 경제 동조화 현상은 문화계의 그 것처럼 함께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베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한국은 하류 민국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막 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정부의 그같은 전략은 결단코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빠짐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감내해야 하는 전략 품목은 적게는 100여개 품목, 많게는 1000여개 품목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당장은 좀 힘들겠지만, 그 큰 불편함을 감수하며, 빨리 빨리만 지양한다면 이겨낼 수 있는 품목들이다.

그렇게 해서 아베 정부의 안하무인격의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다면, 또 그로인해 돌아오는 손해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우리 국민의 의지가 있다면 아베 정부가 겨냥했던 목적 수는 이미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이란 장르를 통해 어렵게 만들어 놓은 한ㆍ일 양국의 문화 교류란 다리가 특정 정치인의 엉뚱한 야심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주 짜증스럽고 저주스럽다. 글쎄, 모르겠다. 이마저도 아베 총리, 그가 바라는 것인지도.

그나저나 중국은 게임판호를 통해  우리 기업에  '을질'을 하고, 일본은 IT제품을 통해 우리에게 '갑질'을 하고, 때 아니게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그들에게 그만큼 우리를 견제해야만 하는 절박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래도 그건 아닌 듯 하다. 논어에서 공자 왈, 소인과 OO는 가까이 하지말라 했는데, 그들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격언이다.  

[ 뉴스 1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