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을 문화예술의 정의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현재 업계에서는 남은 20대 국회 임기와 정치권의 상황 등을 감안해 볼때 해당 법안이 다시 논의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업계는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게임이 문화예술의 한 종류로 인식될 경우 사회적 인식 개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다” 혹은 “게임이 문화예술로서 인정받지도 못하는데 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냐 차라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주무부처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다양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업계 전반에서도 게임이 문화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초 게임의 여러 특징상 문화예술에 지극히 가깝기 때문이다. 게임은 텍스트,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디지털 시대 종합 예술이다. 또 게임 중 일부는 단순한 오락거리의 차원을 넘어 유저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다. 이에 따라 게임에 사용된 음악, 그림 외에도 게임 자체를 예술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게임을 소재로 한 다양한 공연, 전시회, 공모전 등이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넥슨은 현재 온라인 게임 25주년 기획 전시회 ‘게임을 게임하다 / 인바이트 유_’를 개최하고 있다. 또 유명 작품들의 OST 등이 공연에서 자주 선보여지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게임 스토리 공모전 ‘컴투스 글로벌 게임문학상’을 개최한다.

해외에선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짙다. 미국은 지난 2011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통해 게임을 예술의 한 장으로 인정했다. 미국의 문화부 격인 국립예술기금에서도 게임을 예술로 보아 이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 일본에서는 문화예술진흥기본법에서 게임을 문화예술로 명시했다. 또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게임 개발자가 예술문화 공로 등으로 훈장을 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물론 모든 게임물이 예술로서 평가돼야만 하는 수작이란 것은 아니다. 졸작 혹은 망작이라 불리는 수준 낮은 게임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수준 낮은 작품이 존재한다고 영화, 연극, 소설 등을 문화예술 작품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

이 같은 현실 등을 고려하면 게임이 법적으로 문화예술의 한 종류에 포함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매우 큰 문제라고 여겨진다.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향후에는 국내 게임산업 종사자들이 '예술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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