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협회가 다시 대한체육회 인정단체가 됐다. 협회가 지난 해 단체 지위를 상실한 이후 1년 6개월 만의 일이다.   

협회는 지난해부터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 경상남도,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등 5개 지역 시도 체육회에 가입하는 등 체육회 단체 지위 확보를 위해 꾸준한 노력을 보여 왔다. 지난 3월엔 체육회 인정단체 가입을 신청했다. 이번에 체육회 승인이 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협회는 가맹단체 가입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협회는 지난 2015년 준가맹 단체 승인을 받은 바 있으나, 2016년 대한체육회가 생활체육 협의회와의 통합으로 까다로운 가맹  조건 등을 요구하면서 2018년 1월 그 지위마저 상실하게 됐다.

대한체육회 가맹 단체는 정회원 단체와  준회원 단체 그리고 인정 단체 등 3단계로 구분된다. 정회원 단체는 체육회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가입된 단체로, 가맹단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된다. 준회원 단체는 체육회 이사회의 의결만을 통해 가입될 수 있으나  단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제한받는 지위를 지닌다. 인정 단체는 체육회 이사회의 의결만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기한이 한시적이다. 따라서 이번에 e스포츠협회의 인정단체 가입은 체육회로부터 가장 낮은 단계의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

e스포츠는 새로운 스포츠 세계를 열어가는 장르다.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되레 스포츠로 평가하는 데 인색하지만, 외국의 경우엔 그렇지가 않다.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등은 이 새로운 장르 스포츠에 매료돼  물적 지원 등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욱이 스포츠의 한축인 정신 건강을 집적화할 수 있다는 e스포츠의 강점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의 관심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일부 단체에선 게임을 아예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다소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단체에서 조차 e스포츠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제도권의  평가에 대해 무조건 틀렸다, 또는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만 할 수 없다. e스포츠가 제도권의 새로운 장르의 스포츠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e스포츠계에 있다 할 것이다. 오로지 마케팅 차원의 팬 확보에만 열을 올려 왔을 뿐, 이론적, 학술적 근거 마련엔 아주 등한시 해 온 까닭이다. 예컨대 e스포츠가 왜 새로운  장르의 스포츠로서 인정받고 평가받아야 하느냐는 국민적 설득에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e스포츠가 청소년들의 킬링 타임용 놀이 문화가 아니라, 제도권의 새로운 스포츠로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이론적 뒷받침을 e스포츠계가 받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e스포츠협회는 이에따라 일단 5개 시도 체육회 가맹 단체를 9개로 늘려 준회원단체의 지위를 우선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e스포츠가 왜 새로운 스포츠로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학술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연구사업도 곧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필칭, 제도권의 스포츠계가 결코 놓쳐선 안되는 사실은, 국제적으로 e스포츠가 새로운 장르의 스포츠로 빠르게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종주국의 지위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아직은 국제 e스포츠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제도권에서 계속적으로 방치하거나 따돌릴 경우 e스포츠 주도권의 향배가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제도권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기적으로 절실하다면 전략적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굳이 제도권의 가맹 단체 기준을 그대로 갖다 댈 필요가 있는가. 법과 절차를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만 보인다면  그같은 파격적인 유연성도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협회가 체육회 가맹단체로서 번듯한 지위를 먼저 획득한다면 그 결과와 파장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 이 문제는 체육회 뿐만 아니라 정부도 깊은 고민을 통해 한번 헤아려 봐야 한다. 이는 스포츠와 문화 그리고 산업을 활짝 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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