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부임 이후 게임계 표정 되찾아…게임 프렌들리 답게 당당한 정책 내놔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표정을 되찾은 곳은 다름 아닌 게임계다. 박대와 수탈보다  더 서럽고 고통스러운 것은 대화 상대의 철저한 외면과 냉소적 반응이다. 게임 정책에 대한 이전 정부의 기조가 그랬다. 최순실과 차은택의 농간으로 게임 정책은 혼미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그런 곳에서 숨을 쉬며 버텨 왔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그렇게 살아 왔다.

게임계 인사들이 청와대 문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쪽에서 불러들인 것이 더 맞는 얘기다. 그리고 대통령의 순방길에 게임계 인사들이 동행했다. 함께 한 재계 인사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혹자는, 이전 정부에도 있었던 일인데, 그게 뭐 대단한 것이냐는 식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렇긴 하다. 박근혜 정부도, 이전 이명박 정부도 그런 일이 있긴 했다.

하지만 달랐다. 정권초기에 임명된 도종환 문화장관이 물러나자, 청와대는 즉각 박양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선 박 장관 발탁에 대해 의외란 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의 발탁에 앞서 청와대 주변에는 여러 인물들의 하마평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양우 카드가 관철됐다.

박장관은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대학시절 행정고시를 패스하고 관에 입문했다. 관광과 문화업무를 주로 맡아 왔고,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문화산업국장, 정책홍보실장을 거쳐 문화 차관을 역임했다. 예술 분야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다는 평을 들어온 인사다. 또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CJ E&M 사외이사 경력이 논란이 됐으나, 그로인해 그를 끌어 내리지는 못했다. 그의 발탁은 청와대의 단순 회전문 인사에 따라 그를 불러 낸 것이 아니라, 그가 미들맨에다 소방수 역할까지 잘 수행해 줄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순수 예술 쪽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은 없으나, 대중문화 예술 분야에서는 박장관의 역량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게임계에서는 박장관의 광폭 행보에 대해 매우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통령과 함께 유럽 순방에 나선 게임계 인사들의 구성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방 주요도시의 e스포츠 경기장 조성 붐에도 그가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게임 결제 한도 폐지 결정도 박장관이 앞당겨 조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욱이 그 자신이 게임 프렌들리 임을 자임하며 게임계의 분위기를 바꾸려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처럼 게임계의 체감 온도를 바꾼 적은 없다. 도대체 변한 게 뭐냐며 현 정부의 게임 정책을 깎아내리던 비판론자들의 주장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 버렸다. 그는 지금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쉬움도 없지 않다. 솔직히, 대한민국 정부 조직은 잘 엮여져 있는 반면 그 움직임은 대단히 느리다. 변화를 싫어하고 실험적인 시도 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대표적인 곳이 문화체육관광부다. 자신들이 줄곧 해 온 순수 문화 정책에 대해서는 그런대로 해 낸다는 평가를 듣는 반면, 문화산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방식은 아주 배타적이고 서투르다. 게임의 경우 매우 손을 타는 장르임에도 불구, 그 진행 속도는 더디다 못해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러다 보니 태생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게임이란 나무가 바람 잘날 없이 흔들리며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손을 뻗쳐야 하는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지금도 동토 속의 추위에 몸부림치고 있고, 중소 벤처 및 스타트 업들은 갈 길을 잊은 채 방황하고 있다. 이러다가 주요 몇몇 기업들만 남고 모두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문화관광 상임위에서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이 개정 법안의 골자는 게임을 문화예술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것이었다. 이는 업계의 20년 숙원 사업이자 절대 추진 과제였다. 하지만 또다시 계류됐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한참 남았다면 그나마 옷자락이라도 잡고 있기도 하겠지만, 20대 국회가 일 할 수 있는 회기라는 게 불과 얼마 남지 않았다. 사실상 폐기라고 봐야 옳다.

일부 의원들의 엉뚱한 주장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부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그들 주장을 거든 공범이란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할 것이다. 특히 게임 프렌들리를 자처하는 정부에서, 그것도 다수 여당을 등에 업고 있는 정부에서 그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게임이 그리 못마땅 하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넘기는 것이 서로에게 더 낫지 않을까.

박 장관에게 큰 바람은 없다. 그러나 단 한가지, 산업계가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프레임 정도는 만들어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 것은 게임에 대한 산업적 기치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문화의 외양을 풍성케 하는 지름길이다.

그 같은 일이 미들맨이자 소방수 역할을 자임한 박장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부가 문화 산업의 가치는 제쳐 두고 오로지 전통 문화 가치만 고집한다면 지금이라도 정부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 것이 차라리 미래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위해 나은 방법이다.

이왕 하려거든 티내게  할 수는 없을까. 그게 더 낫다. 문재인 정부에선 그렇게 했노라고, 나중에 그런 소리라도 듣게 말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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