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키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계류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의 반대로 인해 보류됐다.

게임질병분류에 대해 정부 부처를 비롯해 게임계와 의학계 등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의 좌절이 더욱 아쉽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게임계 일각에서 “게임은 문화다. 질병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면 게임이 문화라고 인정받는 게 중요치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당연한 명제 같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법안심사소위 며칠 전, 게임문화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임문화포럼’의 오픈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게임을 문화로 향유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융성의 기반이 부실한 우리의 현주소를 되짚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세미나의 발제자 중 한 명인 류임상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게임을 예술로 정의하려는 것에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예술은 좋은 것이고,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아야 게임중독 프레임을 벗을 수 있다는 정서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정엽 순천향대 교수와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의 대담에서는 게임의 역사 기록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또 게임에 대한 공략 위주로 치우쳐 비평이 설자리가 없다는 진단과 함께 게임 존재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 같이 우리 게임문화가 미개의 단계를 자성하고 있는 처지라는 점에서 다른 문화예술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을 비교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해외 영화제 수상을 통한 작품 그 자체로서의 권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비평 측면에서도 그렇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라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한줄평이 화제가 되면서 다양한 시각과 논의가 재생산됐기 때문에서다. 현재 우리 게임계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것들뿐이다.

게임 못지 않게 천대를 받은 만화 및 애니메이션과도 비교가 된다.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이 열리며 93개 국가의 2565개 출품작 중 심사를 통과한 28개국의 103개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내달에는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도 개최될 예정이다.

그러나 게임계에서는 해외 각국의 경쟁작을 한데 모아 작품성을 드높이고 문화축제로서의 권위를 찾아가는 사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나마 부산시 등에서 주최하는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BIC)’이 조금씩 이 같은 역할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하는 ‘BIC’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390건의 신청작이 몰리는 등 점차 규모를 더해가는 추세다.

문제는 우리 게임계를 대표하는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국제전시회 ‘지스타’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되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 있다. 매년 규모가 확대되며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고는 하지만 계속되는 주요 해외 업체들의 부재를 비롯해 다양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게임이 문화라고 주장하며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계 스스로 권위를 세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동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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