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청소년용 게임 구분 못한 채 헛발질…대한민국 아케이드산업 존폐 기로에

오락실과 성인 오락실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간단히 정리하면, 전체 이용가 게임이 아닌 성인 등급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성인 오락실’이고, 그렇지 않는 곳이 ‘오락실’이다. 성인 오락실의 어절에 맞춰 오락실도 그에 대칭되는 수식어를 붙여 ‘청소년 오락실’이라고 부르면 좋겠으나, 그렇게 되면 명칭으로 인해 성인들의 ‘오락실’  이용이 어색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끄집어 낸 게 일본식의 ‘어뮤즈 먼트 게임장’이라고 하는데, 이 마저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게임장 명칭마저 혼란스럽다 보니, 그 게임장에서 이용하는 게임마저 오락가락한다. 성인 오락실에서 전체 이용가 게임을 놓고 영업을 하는 가 하면, 오락실에서 성인 게임을 배치에 놓기도 한다. 물론 이는 불법이다. 하지만 성인 오락실에서 전체 이용가 게임을 들여다 놓고 버젓이 영업을 한다. 흔히 이쪽에서 말하는 개조한 불법 게임기다. 전체 이용가 등급을 받은 게임기를 조작해서 성인 오락실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이용가 게임을 만드는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이 성인 게임기를 만드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도 한다. 실제로 게임물 등급위원회의 눈 높이도 그렇고, 정부의 아케이드 게임 산업 정책 역시 이를 모두 뭉뚱 그려 바라본다. 성인 오락실도 ‘오락실’이고, 청소년들이 즐기는 ‘아케이드 게임’도 ‘성인 오락실 게임’이란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식이다. 대한민국 아케이드 게임 산업이 지금 깊은 늪에 빠져 고사 위기에 처해 있는 결정적 요인이다.

정부가 이같은 사시적인 눈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바다 이야기’ 게임으로 빚어진 전국적인 사행 바람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사태’로까지 불리는 ‘바다이야기’란 게임은 일본의 한 파칭코 업체의 게임을 모방해 만든 릴 게임이다. 별다른 내용도, 게임적 재미도 느낄 수 없다. 그런데 이 게임이 전국적으로 무려 4만5000대가 팔리는 등 블록버스터 게임이 됐다. 그 이면엔 사행이란 아주 특별난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바다이야기’란 게임은 여러 성인 게임 가운데 하나였을 뿐이다. 그런데 2004년 12월,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제공업소(성인오락실)의 경품 취급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게 됐다. 그 핵심적 내용을 살펴보면 ◇그간 허용하지 않았던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하고, ◇1회 게임에 액면가 5000원의 문화상품권을 4매까지 배출하도록 허용하며, ◇게임 점수 2만점 도달시 상품권 4매 배출 후 점수를 초기화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다시 요약하면 상품권을 통해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종전 1회 게임 5000원의 경품을 2만원까지 상향 조정한 것이다. 특히 뼈 아팠던 것은 이미 경품으로 제공된 상품권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재사용을 할 수 없도록 사행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이를 둘러싸고 문화부와 경찰청이 큰 갈등을 빚었다. 당시 경찰청과 일부 문화부 관리들은 오락실 내 상품권 사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상품권 사용을 통한 ‘여가문화 즐기기’란 뜸금 없는 명분에 밀려 끝내 받아 들이고 말았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김재원 주무 과장(전 기획실장)은 해당 결제란에 사인을 미루면서 끝까지 버텼던 일화도 있다.

결국 상품권 허용은 아케이드 게임 산업에 뜨거운 바람을 일으킨 듯 했지만, 끝내는 산업의 발목을 잡는 계륵이 됐다. 만약, 상품권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우후죽순 들어선 성인 오락실에 대한 입지 조건과 영업시간 및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업계에서 필요악이라고 꼽는 성인 게임시장 및 장르가 아케이드 게임시장 및 청소년 게임기와는 별개로 새롭게 열리지 않았을까. 또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은 명실공한 어뮤즈먼트 게임기를 만드는 산업 역군으로 자리하지 않았을까. 여러 아쉬움을 안겨준다.

말 그대로 호된 신고식을 치르다보니, 정부 정책 입안자들은 마치 초록은 동색이라는 식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걸 멈추게 됐다. 성인 오락실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이름아래 아케이드 게임을 거의 말살에 가깝게 짓눌러 버린 것이다. 빈대를 잡겠다며 초가 삼간을 아예 태워버렸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아케이드게임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에까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야당에선 게이트 사건으로 부르며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실제로 이 사건은 당시 권력 핵심부의 친척과의 유착관계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되는 데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훌륭한 정책이란 것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완벽을 추구할 뿐이지, 그로인한 부작용이란 게 없다 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며 정책을 입안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태도 역시 경계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는 역사를 반추하는, 업계의 고전(古典)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더 이상 녹을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런 헛발질하는 선수들은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이대로 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 아케이드게임은 성인 오락실에서 즐기는 게임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그같은 사시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과거에만 매달려 있다면 그건 녹을 먹고 사는 관리라 할 수 없다. 직무유기다.

정부가 이젠 달라져야 한다. 몰라서 못한다면 그렇다 손 치더라도,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다르다. 정책 실패보다 더 나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게임산업진흥법을 대폭적으로 손을 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성인 게임 시장을 여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만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밑바닥 행정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양화를 위해 악화도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오락실용’과 ‘성인 오락실용’을 뭉뚱그려 제단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 아케이드 게임산업을 살릴 수 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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