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플랫폼 장벽 허무는 새 영역으로…구글·MS, 벌써부터 힘겨루기

게임 시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다운로드 방식이 아닌 인터넷 네트워크에만 접속하면 기기와 상관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다.

특히 게임뿐만 아니라 IT 업계 전체의 판도를 좌우하는 구글이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의 론칭 일정을 예고함에 따라 급물살을 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 같이 또 기존 콘솔게임 플랫폼 업체들뿐만 아니라 엔비디아, 베데스다, 유비소프트 등도 각자의 방법으로 도전 의지를 밝힘에 따라 실제 시장 변화를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대한 업계의 도전은 그리 새롭다고 보기는 어려운 편이다. 주요 콘솔 게임업체들뿐만 이동통신 업체들까지 협업을 통해 시장 선점을 꾀했으나 시행착오로 그쳤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 구글이 ‘스태디아’의 계획을 하나둘씩 공개하는 것과 맞물리며 다시금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일부 한정된 지역 및 시범 단계지만 연내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변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측도 없지 않은 편이다.

사진=필 스펜서 MS X박스 총책임자.

# '프로젝트 X클라우드'란?
가장 먼저 스트리밍 게임 시장을 두드릴 업체로는 MS가 꼽히고 있다. MS는 최근 열린 게임 전시회 ‘E3’에서 ‘프로젝트 X클라우드’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MS는 올해 10월께 클라우드 게이밍 프리뷰 버전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X박스원 콘솔에서의 모바일 장치로 스트리밍을 지원한다는 것. 

MS는 이동 중에도 X박스원 게임 라이브러리와 X박스 게임패스 타이틀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E3’ 쇼케이스 현장에서는 ‘헤일로 5 : 가디언스’와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등 X박스원 게임을 스마트폰 및 태블릿으로 즐기는 기회가 제공됐다.

MS는 또 소니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 대한 제휴를 맺고 서로 협력하키로 했다. MS의 ‘윈도 애저’ 기반으로 클라우드 게임 솔루션 개발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콘솔 시장에서의 경쟁 상대와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글이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하는 등 글로벌 대형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번 소니와 MS의 제휴는 이 같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공동 대응으로 풀이되고 있다.

업계는 5G 환경과 맞물려 클라우드 게임이 급격히 발전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이 같은 협업이 성사됐다는 평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결단이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양사의 협업은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만 국한된다는 것. 기존 콘솔 게임 부문에서는 이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소니와 MS가 클라우드 게임 시장 개척을 위해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사장. 사티아 나델라 MS 대표.

# 텐센트도 뛰어들 조짐
MS의 뒤를 이어 구글이 올 11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선보이며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북미와 유럽 등 14개국에 출시한 이후 서비스 지역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무료 서비스와 함께 월 9.99달러의 구독형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전용 게임 컨트롤러가 포함된 ‘파운더 에디션’도 129달러에 판매한다.

구글의 ‘스태디아’는 통신망을 통해 게임을 구동 및 송출하는 방식으로 기기의 성능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 PC 및 태블릿, 모바일, TV 등 어떤 기기에서든 설치 없이 실행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월 9.99달러의 프리미엄 서비스 ‘스태디아 프로’는 최대 4K 해상도, 60FPS, 5.1 서라운드 사운드 품질로 송출된다. 이는 인터넷 회선 품질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권장 속도는 10Mbps이며 해당 속도에서는 720p, 60FPS로 게임이 구동된다. 1080p 해상도는 20Mbps부터 이용할 수 있다. 35Mbps에 도달하면 4K 및 HDR 등의 환경이 지원된다는 것. 

구글은 라리안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발더스 게이트3' 및 번지의 ‘데스티니2: 콜렉션’ 등을 론칭작으로 준비 중이다. 특히 ‘발더스 게이트3’ 티저 영상이 함께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기존 클라우드 게임의 문제를 해결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와 같이 완전 구독 서비스가 아닌 별도로 게임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구글이 게임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또 한편으론 무모한 도전으로 쓴맛을 볼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게임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업체 중 하나인 중국의 텐센트도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타트’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텐센트는 전 세계 25개 지역에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런 가운데 게임에 특화된 기술을 고도화시켜왔다는 점에서 중화권을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해 나갈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게임 개발업체인 유비소프트도 게임 구독 서비스 ‘유플레이 플러스’를 준비 중이다. ‘E3’를 통해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구독료는 월 14.99달러로 책정됐다.

이를 통해 100여개 이상의 게임을 모든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올해 9월부터 미국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까지 한국 일정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유비소프트는 구글의 ‘스태디아’와의 연동을 고려하고 있다. 스태디아 플랫폼에서의 서비스는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

유비소프트는 ‘레인보우식스’ ‘어쌔신크리드’ ‘디비전’ 등 유명 시리즈를 선보인 업체다. 앞서 구글은 ‘스태디아’로 명명되기 이전인 ‘프로젝트 스트림’ 단계에서 유비소프트의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를 시연한 바 있다.

# 5G 기반 콘텐츠로도 각광 
구글 ‘스태디아’에 대한 관심이 높기도 하지만 기존 게이머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은 편이다. 그 중에서는 게임 라인업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것.

때문에 이 같은 유비소프트와의 협업은 라인업 부재 및 향후 콘텐츠 수급을 대비하기 위함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을 선보인 베데스다도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에 필요한 클라우드 기술 ‘오리온’을 준비 중이다. ‘오리온’은 스트리밍 게임 플레이에서 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베데스다 발표에 따르면 ‘오리온’을 사용하면 최대 40% 낮은 대역폭에서의 스트리밍이 가능해지며 비디오 프레임 인코딩 시간 30% 절감, 지연 시간 20% 단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3’에서는 ‘둠’ 2016년 버전을 시연하며 이 같은 기술의 가능성을 설명했다.

베데스다는 올해 말께 별도의 독립 테스트를 갖고 4K 해상도 환경에서의 초당 60fps 성능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다른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와의 연동 및 적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진 않았으나 대형 업체들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과정에서 베데스다 역시 이들과의 합종연횡 양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LG유플러스와 협력을 통해 ‘지포스 나우’를 한국 시장에 단독 출시키로 합의했다. 5G 스마트폰과 IPTV 사용자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추진키로 한 것. 

LG유플러스는 5G게임 특화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핀란드의 해치 엔터테인먼트와도 5G 가상현실(VR) 게임 독점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통한 5G 모바일 게임 및 클라우드 게임 출시도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멜론’ ‘벅스’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자리매김하고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플랫폼이 대세로 떠올랐듯이 게임 시장에서의 변화 역시 피할 수 없는 물결과 같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때문에 구글이나 MS 등 IT 공룡 업체들이 판도 변화를 예측하고 게임 스트리밍 시장 선점을 위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당장 게임 시장의 흥행세를 뒤집을 변화보다는 새로운 수요의 창출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인기작의 재현보다는 결국 새로운 환경에 최적화된 장르나 콘텐츠를 발굴하는 업체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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