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김택진·방준혁 등과 함께 순방 대화…박 문화 장관 움직임도 '게임 프렌들리'

문재인 대통령의 게임업계를 향한 소통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게임업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물론 해외 순방에서 게임을 통한 문화 외교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때보다 게임을 가까이 하고 있다. 이와 보조를 맞춰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게임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며 진흥책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질병분류 등재로 인해 게임이 도마 위에 오른 시기라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게임계에 힘을 싣는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게임업계가 사회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문재인 정부는 게임업계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후보자 시절벤처와 창업 육성 등에 대한 공약과 맞물려 게임에 대한 관심을 보여 업계의 기대를 모아왔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수출의 탑 시상식에서 수상 업체를 대표하는 업체로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를 선정했다. 뒤이어 가진 중국 방문길에는 김대일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를 함께 동행시키는 등 관심을 나타내왔으나 그 외에는 이렇다할 대외적인 교류를 보여주지 않았다.

# 주요 업체 대표들과 현안 논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게임계와의 소통이 활발하게 이뤄지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20여명의 기업인들을 초청해 각계의 현안을 듣는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가졌다. 

당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김택진 대표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측이 취합한 게임업계 주요 현안 자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혁 의장은 간담회 이후 진행된 산책 일정을 소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한 달여 만에 다시 김택진 대표를 포함한 10여명의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이는 앞서 가진 행사에 비해 소규모 인원이 참석하면서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특히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과 성과 점검을 비롯해 보완 및 개선 과제가 다뤄졌다.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

당시 김택진 대표는 약 한 달 만에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나면서 “자국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스마트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10여명의 극소수 인사들만 초청을 받아 심도 있는 대화가 진행됐다는 것만으로도 게임에 대한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문 대통령과 게임계의 소통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북유럽 순방에 게임계 관계자들이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동행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순방 일정 중 하나로 스웨덴에서 e스포츠 경기를 관람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산업 현안에 대해 소통의 행보를 보였다면, 문화로서 게임을 바라보고 외교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는 평이다. 

#e스포츠 등 게임문화 주목
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컴투스 등 게임업체 대표를 비롯,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e스포츠협회 등 협회장들이 동행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3개국 순방 일정 중 일부인 스웨덴 국빈 방문 일정에 함께 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혁신 및 포용성장 정책의 중요한 협력파트너 국가들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방문국 정상들과 우호⋅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5G 등 4차 산업혁명시대 대응 및 북극⋅친환경 분야 등에서 상생 협력의 기반을 마련키로 했다.

때문에 게임계 인사들의 순방 동행은 문 대통령이 게임을 혁신성장 분야의 하나로써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게임 질병 분류로 인해 논란이 과열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임에 따라 게임계 의견을 수용하고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도 비춰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스튜디오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e스포츠 친선 교류전’을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 함께 순방중인 게임계 인사들과 관람하면서 “e스포츠를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경기 관람 후 “빠른 판단과 전략적인 요소가 처음 보는데도 박진감이 넘친다”며 e스포츠의 재미에 대해 호평했다. e스포츠를 관람한 이유에 대해선 양국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어 e스포츠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e스포츠는 스포츠의 또 다른 종목으로 인정받고 있고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이 된 것은 물론 올림픽 평의회도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e스포츠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e스포츠를 통한 한국과 스웨덴 양국의 교류 강화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5G의 등장으로 e스포츠가 변화, 발전하고 있다”며 “스웨덴과 한국은 게임 강국이자 5G를 이끄는 강국인데 e스포츠를 통해 경쟁하고 협력할 양국의 관계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스웨덴 출신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가 한국에서 전지 훈련을 하는 등 많은 팬들을 보유한 것으로 안다면서 멀리 있어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이 e스포츠의 강점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과 스웨덴 양국이 혁신적인 첨단 산업에서 상호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첫 e스포츠 경기 관람이 성사됐다는 것은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번 친선 교류전은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 정상이 함께 하는 문화 소통의 자리로 마련돼 게임을 통한 외교 사례로도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이는 단순히 수출액만 높은 것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한류의 역할을 보여준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게임을 통해 형성된 문화의 힘을 보여주면서 게임계 위상을 높이고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도 보탬이 됐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e스포츠 경기 관람은 또 e스포츠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 스포츠 장르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확실히 각인시킨 것으로도 평가된다. 이 같은 파급효과로 향후 정부의 e스포츠 진흥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진흥기조 행보 '뚜렷'
문 정부의 게임계에 대한 관심은 내각 인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 취임 이후 게임계와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며 진흥 기조를 더해가고 있기 때문에서다.

지난 4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 박양우 문화부 장관은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친밀한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를 모아왔다. 어뮤즈먼트산업협회 등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박 장관은 2006~2008년 문화부 차관을 비롯해 문화산업국장, 콘텐츠산업실장 등을 지냈다. 특히 2009년에는 게임산업협회장에 추대되기도 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고사할 정도로 게임계와 긴밀한 관계를 가져왔다는 것.

박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WHO의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또 셧다운제를 비롯한 과도한 규제 역시 주무부처 간 협의를 거쳐 실정에 맞게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지난 5월 게임업체들이 밀집한 경기도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를 찾으며 첫 현장 행보에 나섰다.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 게임업체 대표 및 임원을 비롯,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이재홍 게임물관리위원장,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며 게임산업 육성 정책 등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직전, 박 장관 역시 e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지원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서울 종로 롤파크를 방문해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리그 개막전 경기를 관람하며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e스포츠 활성화에 필요한 부분을 확인했다.

박 장관은 당시 “문화부와 더 나아가 정부에서 게임 및 e스포츠 산업 진흥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 역시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을 비롯한 문화부는 게임계를 둘러싼 가장 뜨거운 논란 중 하나인 WHO의 게임질병분류에 대해서도 강경한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측의 협의체 구성 및 참여 제안을 거절하는 등 게임계 입장을 적극 대변하면서 사기를 높이고 있다는 평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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