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불발 풍문 이후 전략 변경 가능성...약점 보완하며 회사 가치 극대화

넥슨이 매각 불발 풍문 이후 서구권 개발 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회사 매각이라는 단기적인 빅딜 성사보다는 장기적인 투자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넥슨(일본대표 오웬 마호니)은 최근 엠바크스튜디오에 대한 지분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략적 투자 단행에 이어 이번 투자를 통해 32.8%의 추가 지분을 취득, 전체 66.1%의 지분을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의 엠바크스튜디오는 스트리밍 기술,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설립된 업체다. 엠바크는 이 같은 게임을 즐길 유저들의 플레이 경험에 최적화된 자체 기술 플랫폼도 개발할 계획이다.

엠바크의 설립자 패트릭 쇠더룬드는 게임업계에서 20년 이상 다양한 글로벌 흥행작들의 개발에 참여한 베테랑이다. 그는 일렉트로닉아츠(EA)가 2006년 인수한 스웨덴 개발업체 다이스(DICE)의 대표였으며, EA에서 핵심 타이틀을 총괄하며 월드와이드스튜디오의 수석 부사장 자리를 역임하고 EA의 수석 디자이너(CDO)로 근무했다.

패트릭 쇠더룬드 엠바크 대표는 지난 3월 넥슨의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이번 투자 확대 이후에도 이 같은 역할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엠바크의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인 넥슨은 향후 엠바크가 개발한 타이틀을 글로벌 퍼블리싱 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엠바크의 개발역량에 넥슨의 라이브게임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켜 혁신적인 차세대 온라인게임 개발을 위해 긴밀히 협업해나갈 예정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재팬 대표는 “엠바크는 짧은 시간 내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으며, 넥슨 이사회에 합류한 패트릭은 자사의 비전을 추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넥슨과 엠바크는 각각의 전문성 공유를 통해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역량 극대화 및 서구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은 최근 김정주 NXC 대표의 매각 추진으로 인해 본입찰 단계까지 진행됐으나 적정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풍문이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엠바크와 같이 서구권 개발 업체에 대한 투자 확대는 매각 전략의 변화로도 해석된다는 것.

넥슨은 중국 텐센트를 통한 ‘던전앤파이터’가 수조원대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그 외 서구권 시장에서는 이에 비견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투자가치를 떨어뜨리는 약점 아닌 약점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넥슨 역시 서구권 시장에서의 투자를 지속하며 이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미네이션즈’의 개발업체인 빅휴즈게임즈 및 ‘초이스’를 선보인 픽셀베리스튜디오 등을 통한 북미‧유럽 지역을 겨냥한 인수합병 전략을 펼쳐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엠바크에 대한 투자 확대는 이 같은 서구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행보로도 풀이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측면을 보완하며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장기적인 움직임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는 평이다.

넥슨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고는 하지만, 워낙 규모가 커서 단번에 추진되기 어렵고 수차례의 시도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본입찰 과정에서 넥슨에 대한 시장 평가를 확인하고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 한편으론 당장의 매각 이슈와는 상관없이 경영 측면에서의 시기적절한 투자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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