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6개월 만에 심경 변화?…이번 일 계기로 초심 회복하길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IT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넥슨 매각이 일단 무산됐다. 최대주주인 김정주 NXC 대표가 최종 협상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가 넥슨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에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겉으로는 매각 가격을 놓고 팔겠다는 측과 사겠다는 측의 간극이 너무 커서 벌어진 일이라고 알려졌다. 무엇이든 팔려는 입장에서는 더 비싸게 받고 싶고 사는 입장에서는 더 싸게 사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흥정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그 거래는 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을 들여다 보면 김 대표가 처음엔 넥슨을 매각하려는 생각이 강했지만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넥슨을 매각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약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떤 거래라도 사는 쪽의 의지 보다는 파는 쪽의 의지가 더 중요한 때문이다. 아무리 큰 돈을 불러도 팔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그 거래는 성사되지 못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팔아버리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거래는 우역곡절이 있을 지 몰라도 언젠가는 성사된다.

이런 상식을 놓고 봤을 때 김 대표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다고 해석을 할 수가 있다. 추측해 보건데 김 대표가 넥슨을 매각하겠다고 한 것은 그가 최근 겪었던 고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에 불려가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등 안팎으로 많은 시련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게임산업에 정이 뚝 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수십년간 피땀으로 일궈왔던 자식 같은 기업을 내놓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막상 회사를 매각하려 하니 아쉬움도 컸을 것이고 여기저기에서 만류하고 잡는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또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강해진 것을 느껐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게임업계 오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경청하거나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는 등 적극적인 수용정책을 편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김 회장도 매각 보다는 더 좋은 회사로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그는 한 때 글로벌 게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대형 M&A를 모색하는 등 많은 애정을 쏟아온 것이 사실이다. 비록 원대한 꿈이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그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에서 한 발 물러난 것은 어찌 보면 그가 처음 게임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사회의 인식도 형편 없었고 산업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20여년 전에는 불모지를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오늘날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최정상에 올라 섰을 때 회의가 찾아왔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더 잘 해 봐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은 아닐까.  

이것이 필자의 순진한 바람일 수 있겠지만 김 대표가 그러한 심정으로 매각을 철회하고 더 큰 도약을 향해 매진한다면 우리 게임업계에 그 보다 더 바람직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만약 김 대표가 헐 값에 넥슨을 매각했다면 아마도 그는 '먹튀' 논란에 자유로울 수 없었으리라. 게임 하나로 막대한 부를 이뤘던 그가 달콤한 열매만 챙기고 미련 없이 업계를 떠난다는 것 자체가 무책임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창업을 하고 그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꼭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 김정주 대표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 대표의 넥슨 매각이 무산된 것을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 대표가 회사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작전상 후퇴'를 선택한 것이라면 아마도 더 큰 실망을 안겨 줄 것이 자명하다. 그렇지 않고 이번 일을 계기로 김 대표가 게임산업에 더 큰 애정을 보여주고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넥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김 대표는 우리 게임산업을 개척하고 성장시키고 세계에 우뚝 세워놓은 1등 공신으로 오래도록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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