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넥슨 매각 불발 왜?...10조 넘는 몸값 감당 못해 결국 두 손

올해 1월부터 게임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넥슨 매각이 일단 원점으로 돌아갔다. 10조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진 매각 가격을 놓고 김정주 NXC 대표와 인수후보간의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무산 결정으로 한 동안 넥슨 인수전이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번 넥슨이 매물로 나왔던 만큼 향후 가격합의가 이뤄질 경우 언제든지 매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김정주 NXC 대표는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매각을 보류했다. 1월 3일 김 대표가 본인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 98.64%를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며 시작된 넥슨 매각이 사실상 불발된 것이다. 매각 주관사인 UBS와 도이치증권은 이 같은 소식을 인수후보자들에게 조만간 전달할 예정이다.

# 텐센트 등 글로벌 기업 등돌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전 보류에 대해 넥슨 몸 값을 두고 김 대표와 인수후보자간의 견해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넥슨 인수전이 시작됐을 당시 1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며 그 규모로 인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김 대표의 경우 넥슨의 몸 값으로 이 보다 더욱 높은 15~20조원 가량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김 대표의 기대 가격을 충족시킨 곳이 없어 매각이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당초 활발한 참여가 기대됐던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의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인수전의 열기가 식은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중국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디즈니, 아마존, EA 등 다수의 글로벌 업체들을 언급하며 인수전 후보로 꼽았다. 그러나 2차례의 연기 이후 본입찰 후보로 실제 이름을 올린 것은 넷마블, 카카오, MBK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등 국내 업체 2곳과 일부 사모펀드에 그쳤다.

앞서 본입찰이 연기된 것이 SI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인수후보자가 예상외로 적은 탓에 인수전 자체의 열기도 식었으며 가격 경쟁 역시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일각에서는 넥슨 매각에 따른 국내 게임산업 악영향 우려에 김 대표가 부담감을 느꼈을 것으로 설명했다. 실제 그간 시장에서는 넥슨이 해외 업체에 인수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인수 후보 중 특정업체가 인수해도 시장 독과점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등 인수전에 따른 어떤 결과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 1월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면서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넥슨 매각의 경우 단순히 회사 하나를 파는 문제가 아니라 시장 여파, 상징적 의미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 김 대표 역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마침표를 찍었다?

시장에서는 어떠한 연유에서였든 매각 보류 결정으로 인해 한 동안 인수전이 재개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쉼표를 찍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향후 인수전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향후 김 대표가 제시한 넥슨 몸 값을 충족시키거나 해당 가격과 관련해 빅딜이 이뤄질 경우 언제든지 매각이 재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SI의 활발한 참여가 감지될 경우 인수전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김 대표가 투 트랙 전략을 펼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5~20조원 가량의 몸 값이 적정가격으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넥슨의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는 한편 기존 본입찰 후보 및 새로운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

이 중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 적극적인 사업 전개를 통한 실적 개선과 다수의 흥행작 출시를 통해 미래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는 사업 등을 점차 축소해 가며 영업이익률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는 분석이다.

협상 부문의 경우 기존 본입찰 후보는 물론 해외 유수의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 본입찰 후보 선정 당시 SI의 참여가 저조했던 만큼 해당 부문에 김 대표가 더욱 힘쓰지 않겠냐는 의견이 제시된다.

아울러 넥슨 인수에 관심이 있는 업체들의 경우 향후 인수전 재개를 대비해 자금확보에 더욱 신경 쓸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가 제시한 가격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인수전이 재개될 경우 업체간 합종연횡이 심화되는 한편 셈법 역시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넥슨 매각 무산 소식은 증권시장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넥슨지티, 넷게임즈, 넷마블, 카카오 등 인수전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엇갈린 모습을 보인 것. 인수전 무산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6일 넥슨지티는 전거래일 대비 24.96%, 넷게임즈는 8.49%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두 회사 주가는 지난달 중순 넥슨 인수전이 높은 가격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으며 백지화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전반적인 내림세를 보이고 있던 상황이다. 넷게임즈의 경우 넥슨지티에 비해 하락폭 자체는 적은 편이지만 앞서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낮지 않은 수치란 평가다.

사진 = 김정주 NXC 대표

# M&A 관련주 출렁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두 회사 모두 넥슨 매각 이슈를 모멘텀으로 주가 상승세를 거듭했으나 해당 이슈가 무산돼 주가가 빠르게 원상복귀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넥슨 매각 이슈가 부각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28일 기준 넥슨지티 주가는 6540원, 넷게임즈 7300원을 기록했다. 이후 매각 이슈로 인해 넥슨지티 주가는 1만 7650원(종가기준, 5월 22일), 넷게임즈(1월 31일) 1만 4050원까지 올랐다.

반면 넷마블, 카카오 등 인수후보의 경우 매각 무산에 따른 큰 주가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수전 무산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6일 넷마블은 전거래일 대비 0.82%, 카카오 0.77%의 하락을 보인 것. 1% 미만의 약보합세에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인수후보들의 경우 10조원대 이상의 자금마련 부담감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전 무산으로 인해 이 같은 부담감이 해소됐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게임업계 최대 이슈였던 넥슨 매각이 보류 결정으로 인해 한 박자 쉬어가게 됐다”면서 “그러나 김 대표의 매각의사 자체가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며 향후 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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