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괴물로 만든건 다름아닌 우리들…하나 둘씩 이성적으로 매듭 풀어나가야

게임이 괴물이 됐다. 적어도 의학계에선 게임에 대해 그렇게 부르게 될 전망이다. 제도권 일각에서도 그런 식으로 깎아 내리게 되겠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 게임에 대한 유해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싶다. 특히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게임이란 괴물은 애초에도 없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없으며,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왜냐하면 게임이란 것은 단순 오락에 불과하고, 인류 놀이 문화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시대의 저작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권의 시각은 그렇지가 않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손을 보려 할 것이다. 게임계의 정서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뜻대로 밀어 붙이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예컨대 게임계의 울타리라는 것이 거의 모래성이라고 불릴 만큼 무력하고, 치밀한 듯 보이지만 논리적이지 못하며, 역사적으로 봐도 일천해 존재감 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아주 뼈아픈 얘기다. 그들의 지적이 다 맞는 말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다 틀렸다고도 할 수 없다. 밖에서 바라보는 게임계의 모습은 한 마디로 그렇고 그런 집단인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괴물을 키우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몸부림쳐 온 것은 아니다. 오로지 새로운 놀이문화를 창출하겠다며 한 길만 걸어 왔다. 그런데 제도권에서는 게임인들에게 괴물을 키워 왔다며 아우성이다. 과연 그런 것일까.

## 어느 날부터, 흥행의 재미를 만끽하면서, 산업보호라는 끈을 놓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리는 의식하지 않았다. 오로지 흥행에만 매달렸다. 게임 내용도 달라져야 했다. 이상한 장면을 더 많이 연출해야 했으며, 더 자극적이어야 했다. 그렇게 하면 사행으로 가는 길인 줄 알면서도 그렇게 보여지지 않을 것을 기대하며 그대로 밀고 갔다. 문제가 되면 실수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기능성 게임을 개발해 소외계층 등을 도우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회의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 기능성 게임을 공급해 봤자 생색도 나지 않았다. 그 것보다는 오히려 사회봉사 활동이 더 효과적이었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하면 사회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고,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이런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 게임계에선 우군을 만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인맥 관리라는 걸 하지 않는다. 다른 경쟁 업종과는 천양지차의 모습이다. 아주 몇몇 기업에서 만이 이를 놓고 고민을 할 뿐, 관심조차 없다. 그런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우리가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며 되레 반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사건이 터지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일이 허다하다. 지금까지 그래 왔다. 게임계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한 사람들을 홀대하면서 친 게임계 인사들이 거의 다 떠나 버렸다. 게임계의 방호막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 게임학과 컬리큘럼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다. 그렇다 보니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된 컬리큘럼이 주를 이루고 있다. 코딩기술 교육보다 인성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관련 학과에서 게임역사 및 게임 문화 산업론 등 전문 교양 과목을 개설해 놓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 오로지 개발 프로그램 교육이다. 그러다 보니 게임인으로서, 산업 전문인으로서 자질을 키울 수 없고, 역사의식을 배양할 기회 조차 박탈 당하는 것이다. 족보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데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 게임인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는 아니다. 판매시장에서 얼마를 찍었느냐는 데 대해서는 비상한 관심을 쏟지만,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게임유저들의 문화 소비 행태는 어떻게 변화하며 자리를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눈꼽 만큼도 관심이 없다. 다시 말하면 팔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또 하나의 사례. 대통령과 장관 인터뷰 및 논평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행간의 내용도 살펴보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뉴스 메이커들의 견해는 사실상 정책으로 굳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게임계 시류를 논하는 칼럼은 읽기 대상이 아니며, 한 주의 게임계의 이슈를 정리한 사설 및 논평 제목도 모른 채 지나가기가 일쑤다. 경쟁 산업과는 가히 하늘과 땅의 차이다. 게임계의 현안에 대해 전혀 관심도 없고, 공부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닥치면 야단 법썩이다. 이번 WHO의 게임중독 사례의 경우도 똑 같다. 그러다 보니 세상을 향한 처방전도, 업계의 대응 방안도 고만 고만하다.

## ‘이젠 머리도 컸고 하니’ 하면서 종합지 및 경제지에 문을 두드린다. 기업 공개가 이뤄졌으니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에서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공력이라는 게 너무 쏠려 있다는 것이다. 매체 성격상 결코 게임계의 편일 수 없는, 그들을 위해 너무 힘을 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업계 전문지에 대해서는 야속하다 할 만큼 인색한 모습이다. 매체 수가 많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곤 하지만, 예산을 엉뚱한 데 다 써 버렸으니 전문지에 돌릴 예산이 없는 것이다. 자신들의 최대 우군이자 동지이기도 한 업계 전문지의 위상을 크게 훼손하고 그럼으로써 그들을 하향 평준화 시켜 버렸다.

피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세상 돌아가는 삶의 궤적을 무시한 채 골방에서 오로지 게임만 잘 만들어 내다 팔면 되겠지 하면서 달려 왔다가 끝내 게임을 세상의 괴물로 만들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미 항구의 배는 떠나 버렸다. 따라서 땅을 치며 울분만을 토해 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열을 가다듬고, 불퇴전의 새로운 한판을 준비해야 할 때다. 꽹과리를 치고 현수막을 내걸며 목소리를 높인다는 해서 괴물이란 딱지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조용히, 보이지 않게, 그러면서 아주 치밀하게 하나 둘 씩 매듭을 풀어가는 것이다.

게임을 제 자리로 돌려 놓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는 그렇게 진행돼야 한다. 게임에 대한 유해 논쟁은 지금부터다.

[ 더게임스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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