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 왕실의 유물 ‘백자이동궁명사각호’와 ‘중화궁인’ 두 점에 대한 언론공개회가 진행됐다. 이는 지난 3월 미국 뉴욕 경매에 출품된 것을 국외소재문화재단이 발견해 라이엇게임즈에서 후원한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기금’을 활용해 매입한 것이다.

라이엇게임즈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석가삼존도’를 시작으로 지난해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올해 4월 ‘척암선생문집 책판’에 이어 이번 환수한 두 점까지 총 다섯 차례다.

라이엇게임즈는 매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전달하며 수억원 규모의 국외문화재 환수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시의적절하게 활용했기에 이 같은 문화재 환수가 가능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하고 약 8년간 누적 50억원 이상을 기부해왔다. 또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뿐만 아니라 서울문묘 및 성균관과 주요 서원 3D 정밀 측량,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처리 지원, 4대 고궁 보존 관리, 미국 워싱턴D.C. 소재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복원 및 종로구 소재 이상의집 새단장 후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2017년에는 문화유산보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는 앞서 추가 기부한 8억원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문화유적지 탐방 역사 교육을 비롯, 무형문화재 및 문화유산 분야 인적자원 지원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게임 업체가, 그것도 외국계 업체가 우리나라의 문화재 환수에 힘쓰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행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이 같은 행보가 당연시되지 않고 특별하게 비춰지는 게임계의 현주소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등 오픈마켓 기반의 모바일게임 시장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외 업체들이 우리나라에서의 제반 하나 없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며 문제시 된 것도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한국 업체들은 사드 보복과 맞물리는 한한령(限韓令)의 일환으로 판호 발급이 중단되며 수출길이 막힌 지 2년이 넘었다. 반면 최소한의 외주만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운영하는 중국 업체들이 우리 시장을 활개 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사를 설립해 한국에서의 인력 창출 효과라도 가져왔던 것도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그저 유저의 이목을 끌기 위한 광고와 마케팅에만 돈을 쓰고 있기 때문에 우리 게임업계로 흘러드는 것은 전혀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게임업계에서의 역할이나 재투자 등에 신경 쓰지 않게 되면서 그만큼의 여력을 더해 온전히 마케팅 비용에만 집중하게 됐다. 이를 통해 집행 비용 규모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며 광고판을 도배하는 물량 공세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마케팅 논리로 수익을 거둔 뒤에는 입을 닦고 뒷짐만 지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신작의 초반 매출을 극대화시킬 방안에만 몰두할 뿐이다.

때문에 라이엇게임즈의 문화재 환수 사례가 이상하고 신기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계 업체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그 나라에서의 사회적 재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당연시되고 있다. 당장의 한국에서도 게임계를 제외한 다른 업계만 봐도 그렇다는 평이다.

최근 어떤 중국 게임이 매출 순위 2위를 차지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미 수십억원을 넘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라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비단 이 게임의 업체뿐만 아니라 이와 비견되는 수준의 중국 게임 업체들 중에서 과연 라이엇게임즈와 같은 이상한 모습을 보여줄 업체가 있을까싶다.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꿈에서라도 문화재 환수 후원 같은 일은 생각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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