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WHO 게임중독 질병등재, 전망 및 대책은(상)...반대 여론 고조·정치권 이슈 몰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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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를 마치고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 11차 국제질병분류기준안(ICD-11)'을 최종 발표했다.

개정된 이번 기준안은 오는 2022년부터 194개국 회원국에 권고되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한국 표준질병 사인분류(KCD)에 이 같은 내용을 넣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해당 절차가 모두 통과될 경우 이르면 2026년 도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게임 업계·협단체·학계 등의 반대 움직임이 거세짐에 따라 국내 도입 절차가 무비판적 수용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게임계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으로의 위기의식이 확대되고 경계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서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두 부처는 게임질병분류에 대해 각각 다른 입장을 밝히며 국내 도입을 논의할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부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낙연 총리가 “조정되지도 않은 의견을 말해 국민과 업계에 불안을 드려선 안된다”고 사태 봉합에 나서기도 했다.

이 총리는 국무조정실에 관계부처와 게임, 보건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사안이 일방적인 절차가 아닌 각계의 합의를 거쳐 결정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게임계에서는 이미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56개 학회 및 공공기관, 협단체를 비롯해 32개의 대학이 참여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는 등의 대응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이 주최하고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긴급 토론회가 열려 질병코드 지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또 한국인디게임협회,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스마트폰게임개발자그룹, 게임 개발자 출신 유튜버 G식백과 김성회 등이 WHO의 국내 도입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게임계의 반대 목소리가 계속됨에 따라 향후 게임질병분류에 대한 논의가 확대 및 재생산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또 이를 통해 게임 중독으로 치부되는 현상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변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게임계는 또 이번 사안을 게임에 국한시키는 게 아니라 문화콘텐츠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 나가면서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게임 제작자 대표 그룹은 “게임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사실적, 초사실적, 은유적, 낭만적 표현의 자유가 극대화된 예술적 가치를 포함하는 콘텐츠”라면서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기술적 기반에 문학, 미술, 음악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융복합 콘텐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융복합 콘텐츠인 게임이 명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이와 연관되는 분야는 물론, 향후 새롭게 등장할 미래 분야까지 제약을 받게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게임 질병분류가 대표적인 사례이자, 근거로 사용되며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 경쟁력 근간을 흔들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또 한편으론 WHO의 질병 분류에 대한 문제 제기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연구가 미진하다는 비판 속에서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박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WHO는 게임뿐 아니라 음란물에 대한 과도한 집착,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강박 증상 등을 질병으로 판정했다. 반면 과도한 업무로 무기력증을 느끼는 ‘번아웃’에 대해서는 직업적 증상으로 판정하며 질병 분류에서는 제외했다. 이 같은 WHO의 행보가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국내 도입 과정에서의 신뢰도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평이다.

이번 게임 질병 분류의 도입은 2026년 여부가 확실해 진다는 점에서 장기전이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계속되는 문제 제기와 함께 반대 여론이 점차 거세지면서 국내 도입 과정에서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함에 따라 정치권의 관심도 고조돼 여론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출마 주자들의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입장 발표, 더 나아가 게임 업계를 활용한 이슈 몰이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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