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도입 전면 반대" vs 복지부 "질병기준 세워야"...협단체도 본격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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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총회를 통해 게임 질병을 분류하는 ‘제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 개정안(ICD-11)’이 만장일치로 통과됨에 따라 이를 국내 도입하는 찬반 논의도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B 위원회에서 통과된 WHO의 새 기준은 28일 폐막하는 총회 전체 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정 논의는 마무리됐다. ICD-11은 오는 2022년부터 WHO 회원국에 권고된다.

우리나라에선 ‘한국 표준질병 사인분류(KCD)’에 WHO의 게임 질병 분류를 넣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KCD는 2025년 9차 개정이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수용이 결정된 이후부터 국내에서의 영향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앞서 WHO의 게임 질병 등재에 문제를 제기해 온 게임업계를 비롯한 관계 기관 및 협단체 등은 이 같은 KCD의 수용에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 및 여성가족부 등이 게임 질병 분류를 찬성하며 서로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박양우 문화부 장관은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벨리를 찾아 게임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WHO의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 문화부는 반대 성명서를 WHO에 전달하기도 했다는 것.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공동으로 오늘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긴급토론회를 갖고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및 해결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주제 발표는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장이 맡아 진행한다. 패널 토론에는 박승범 게임콘텐츠산업과장(문화체육관광부),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G식백과), 전영순 게임과몰입힐링센터 팀장(건국대학교 충주병원), 최승우 정책국장(한국게임산업협회) 등이 참여한다. 또 이번 토론회를 통해 문화부 측에서 게임계와 보조를 맞춰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도 29일 발대식을 갖고 활동을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공대위에는 한국게임학회, 한국게임산업협회 등 56개 학회 및 공공기관, 협단체를 비롯해 32개의 대학이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SG길드 등도 함께 활동키로 했다.

공대위는 우선 발족 직후 보건복지부 항의 방문과 국회의장 면담, 문화부 간담회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국회 정책토론회 및 국제 컨퍼런스 개최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게임문화의 국민적 확대를 위한 활동 등 온·오프라인 대국민 홍보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연구 데이터 정리 및 심층연구, 국내외 논문 및 게임 인식 개선 사업을 진행한다. 공대위 소속 단체들의 분야를 살린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학회 및 단체 등 관련기관과도 협업해 나간다는 것.

이런 가운데 문화부를 통해 게임계 의견을 개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지부 측에서도 게임 질병 분류를 수용하기 위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찬반 논쟁의 격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WHO에서 게임 질병 코드를 도입하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번 WHO의 총회를 통해 의결이 난 이후에도 국민 공공의 보건을 위해 KCD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복지부 역시 내달 중 게임이용장애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안 논의 및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문화부 측에서는 이 같은 복지부의 협의체 참여 제안에 대해 게임 질병을 인정하고 논의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무조정실 등이 주관하는 협의체가 구성될 경우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라는 것.

복지부 측은 이같은 문화부의 강경한 반응에 대해 "WHO의 국제적 통계 기준을 국내에 도입해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예방과 치료를 하자는 게 핵심"이라면서 "정확한 기준을 두게 되면 게임 중독과 게임산업육성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부 부처 간의 이견이 나타남에 따라 향후 어떻게 조율이 진행될 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또 앞서 WHO의 게임 질병 분류 등재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만장일치로 허용이 된 만큼 국내 수용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계가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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