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긴장감 고조… 게임산업 악영향 불가피

게임과몰입 질병 분류를 논의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업계에서는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시장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오는 20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정기총회를 통해 국제질병분류표준기준(ICD) 개정안에 게임과몰입을 질병으로 포함시킬지를 결정한다. 앞서 업계에서는 해당 내용에 대해 많은 반대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총회에서는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게임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과몰입 질병코드화 이후 3년간 11조 3500억원의 산업위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또 이를 근거로 하는 다양한 산업규제가 예상되고 있으며 산업 종사자 전반의 사기저하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게임과 게임과몰입의 개념이 혼재돼 게임자체가 부정적인 시각을 받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질병 분류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게임과몰입이나 마치 게임 그 자체가 부정적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것. 더욱이 그간 국내에선 각종 강력범죄의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사례가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더욱 기세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그간 업계에서는 WHO에 잇따라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한편 조직구성, 토론회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WHO가 특정국가나 조직의 산하단체가 아닌 만큼 국내 업계의 이 같은 반발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게임과몰입 질병분류가 결정될 경우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앞서 통계청이 2020년 실시되는 한국질병분코드(KCD) 개정 내용에 ICD 개정 내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ICD 개정안을 언제 질병분류에 반영할지는 각 개별국가의 자율적인 선택 부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게임과몰입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우는 시선이 많다. 이로 인해 WHO에서 게임과몰입의 질병분류가 결정될 경우 국내에서의 직접적인 악영향도 보다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3일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전국 19세 이상 성인 6187명 대상으로 게임 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게임을 ‘술·도박·마약 중독 등과 마찬가지로 질병으로 분류·관리하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45.1%를 기록했다. 반면 반대입장은 36.1%로 찬성응답에 비해 10%p 가까이 낮았다. 이 같은 여론을 감안하면 정부에서도 게임과몰입 질병분류를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정부 내에서도 게임과몰입의 질병분류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산업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과몰입 질병분류에 적극 반대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는 이에 찬성하고 있다. 실제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복지부의 경우 게임과몰입의 질병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조근호 정신건강사업과장은 토론회에서 “게임이용장애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전체 게임이용자의 3%안팎”이라며 “수치는 많지 않으나 이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WHO에서 최종적으로 게임장애를 질병화하는 것으로 확정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속적으로 게임과몰입의 질병 분류를 관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수면권을 이유로 셧다운제를 옹호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게임과몰입의 질병분류 결정이 난다면 향후로도 셧다운제 해소는 이뤄지기 힘들 것이며 오히려 추가적인 게임산업 규제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게임과몰입이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과학적으로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게임업계 새로운 과세와 돈벌이로 사용되는 등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과몰입이 질병으로 분류될 경우 앞서 이뤄진 셧다운제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악영향과 산업 위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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