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질병 분류에 대한 찬성이 반대보다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0명 중 4명이 찬성하고 3명은 반대한다는 것이다.

게임 업계는 이미 이 같은 질병 분류에 대해 명확히 규정되지도 않은 명칭을 비롯, 근거가 부족한 비과학적인 분류에 문제를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업계의 호소는 다소 힘을 잃게 됐다.

20일부터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총회가 열린다. 이를 통해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국제표준분류 개정판(ICD-11)의 채택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총회에서 게임 질병 코드가 확정되면 2022년부터 각국에서 효력이 발생하게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전적으로 수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게임산업은 13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WHO의 개정안이 적용되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3년간 2조원~5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아무리 좋은 육성 및 진흥책을 내놔도 이 같은 규제의 피해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반대 의견을 제출하는 등 민관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여론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적 공감 형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게임업계가 수익을 올리며 규모를 성장시키는 마케팅에는 성공했으나 업계 이미지를 제고하는 일에는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게임은 수출 효자라는 말을 줄곧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대접을 못 받는 처지이기도 하다. 여러 흥행 사례가 있겠지만 지난 2017년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를 언급하고 싶다. 당시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의 성과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10편의 매출 합계보다 많다고 비교했다. 베스트셀러 소설 5500만권, 디지털 음원 14억 다운로드에 견주는 성과를 '서머너즈 워'가 이뤄냈다고 홍보했다.

컴투스는 또 2016년 연간 38%의 영업이익률을 '서머너즈 워' 누적 매출 1조원에 대비하면 국산 중형 승용차 3만 6000대, 최신 스마트폰 441만대의 판매 이익과 맞먹는다면서 이 작품의 가치를 알리기도 했다. 유영진 컴투스 전략홍보팀장은 한 세미나 발표에서 "당시 이 같은 내용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 지 고민하며 두 달여 간을 준비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임 질병 코드 도입 여부 결정을 앞두고 게임업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게임의 가치를 알리고 이를 통해 국민적 공감을 살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진흥보단 규제에 시달려 온 게임 업계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 이를 무시하다가는 점점 수세에 몰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때문에 게임 과몰입이 질병이냐 아니냐를 두고 씨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게임이 더 많은 사람의 응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계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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