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기를 맞은 게임산업…인디·스타트업 기업 육성 힘쓸 때

나이가 들어가면서 과거보다는 미래를 보고 살아야 한다고들 해서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최근의 게임산업의 답답한 상황은 지난날들의 추억을 자주 떠오르게 만든다. 과거에는 정보화 선진국에서 촉발된 온라인게임 종주국의 신화, 2000년 게임기업의 첫 코스닥 상장의 기쁨, e스포츠 종주국의 자긍심, 10/10/10(시장 10조원, 수출 10억불, 종업원 10만명)의 목표를 바라보던 효자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랫동안 희망찬 소식들로 넘쳐나던 게임 기사들이 최근 들어서 안타까운 내용들로 채워지면서 기사를 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든다. 최근에는 게임 뉴스를 접할 때 어디 희망찬 소식이 없는지 먼저 뒤적이는 버릇이 생겼다. 매년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 내던 대한민국 게임 산업에 이상 신호와 위협 요소들이 늘어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임박, 중국의 판호 문제, 중소 게임기업 존폐의 위기, e스포츠 정식종목화 및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위한 노력, 게임 선두기업의 매각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의 과제 등 게임업계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편 공통의 과제를 앞에 두고 모처럼 문화체육관광부, 유관기관, 업계, 학계, 게임인들이 하나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다만 문제해결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생계를 걸고 사업을 하고 있는 게임인들의 열정이 식거나 지쳐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장애들은 미래산업인 게임산업의 흐름을 지연시킬 수 있을 진 몰라도 그 진행을 결코 막거나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바보상자의 누명을 썼던 TV도 이젠 스마트해졌고, 만화책도 불량도서로 화형식을 당했지만 지금은 우리의 일상 속에 건재하지 않는가? 그때 바보라고, 화형시켜야 한다고 했던 분들은 지금 뭐라고 하실지 궁금하다. 호모루덴스인 인류의 놀이문화에 뿌리를 두고 진화해 가는 게임은 누구도 그 진보를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e스포츠도 스포츠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e스포츠는 그러한 논쟁에 앞서 이미 세계인의 벅찬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희망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야 한다. 하지만 게임산업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는 함께 강력히 대응해 가야 할 것이다. 한국게임학회가 게임질병코드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위원회를 발의했고 많은 유관 단체들이 높은 관심 하에 동참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창작의 저해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어떠한 일에도 반대하며 공동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로 게임산업이 본연의 궤도에 안착하길 바란다.

어려운 게임업계의 지원사업도 다시 정비할 필요가 있다. 2000년 대 초반의 게임진흥 정책처럼 직접적인 지원 형식의 비중이 다시금 늘어나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난 영광을 잠시 내려놓고 산업 초기 그랬던 것처럼 인디와 스타트업에 희망을 걸어 보자. 다양성과 창의성을 인디와 스타트업에서 찾고 그들이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인디에 관심을 보이는 지자체들도 서울, 성남, 부산 등 이외에도 더 많아 지기를 바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늘어나길 바라면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역본부를 신설하고, 지역 게임센터도 10여 군데로 확대해 지역의 소규모 게임기업 육성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지역기업의 접점에 있는 지역 게임관련 진흥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지길 바란다. 정부의 게임 지원 사업계획 수립시 버텀업 방식으로 개선되어 지역의 의견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 된다면 지원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또한 게임동아리, 인디게임, 스타트업 등을 위한 사업지원 예산을 좀 더 증액하고 펀드도 신설하여서 열악한 자금 환경에 있는 소형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게임산업 현황은 매년 발간되는 게임백서에 잘 정리 되어 있어 모든 정책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된다. 그런데 대한민국 게임기업이 몇 개인지에 대한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시장 규모 등 백서에 사용 되는 자료는 몇 백개 샘플링 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작은 기업들의 상황을 보기가 어렵다. 지역에 있는 소규모 인디게임기업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가 있다면 실효성 있는 인디게임 육성정책도 가능해 질 것이다.

창의성과 다양성의 게임산업 생태계 재건을 위해 우리 모두 초심으로 돌아가 인디와 스타트업 기업들을 육성하고, 그들에게서 미래의 희망을 찾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태건 가천대학교 게임대학원장 tedtgseo@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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