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표현·영어제목 등 전면 금지

그래픽 등 전면 수정 불가피...업계,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 긍정 전망도

최근 중국 정부가 유혈표현, 영어제목, 미신 요소 등을 전면 금지하는 새 판호 발급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판호 발급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면서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판호를 받지 않고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국산 작품들에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등 혼란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중국 광전총국은 게임판호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전투 시스템이 있는 게임에서 어떠한 유혈 묘사도 금지된다. 유혈표현을 우회하는 초록색 피도 금지 사항이며 캐릭터가 사망했을 경우 그 시체는 최대한 빨리 사라져야 한다. 또 결혼 시스템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지원대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챙길 수 있도록 개별적 시스템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작품 이름은 물론 내용에 있어서도 영어를 사용해선 안되며 중국표준 간체자를 이용해야 한다. 작품의 명칭은 내용과 관련성이 있어야 하며 중복된 게임 이름은 라이선스 게임이 아니라면 허가되지 않는다.

# 청소년 보호위해 초강수 

종교, 미신, 점 치기 등의 요소도 담겨 있으면 안 된다. 또 작품에 중국의 역사, 지명, 정치, 법률 등을 연출할 경우 반드시 사실만을 명시해야 한다. 포커와 마작류 게임의 경우 일체 판호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에 아이템 뽑기의 확률을 백분율이 아닌 구체적인 횟수로 표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판호 승인 게임의 총량이 제한되며 3회까지 판호 심사에 떨어질 경우 추가 신청이 불가능하다. 이와 함께 판호 심사를 신청한 중국 서비스 업체는 청소년 중독 방지법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

새로운 판호 발급 규정은 새롭게 판호 심사를 신청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지난해 7월 이후 판호 심사를 신청한 게임에도 적용된다. 새롭게 판호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중국 정부는 새 판호 발급 규정 발표와 함께 신작 게임에 대한 판호 신청을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9개월 간 판호 심사 중단하다가 연말 이를 재개했다. 하지만 올해 2월 그간 누적된 판호 심사 처리를 위해 신작 판호 신청을 중단했었다.

새 판호 발급 내용 전반에 대해 업계에서는 규정 자체가 더욱 까다로워 졌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판호의 경우 중국 내 작품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새 판호 발급 내용에 대한 업계의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새 판호 발급 규정 내용 중 판호 승인 총량 제한, 아이템 뽑기 확률 표기 변화 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 중 판호 승인 총량 제한의 경우 중국에서 한 해 발급되는 판호량은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 및 여타 해외 게임들에 밀려 국산 게임의 출시가 크게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새 규정 맞추려면 서둘러야

일각에서는 그간 중국 정부가 7000~8000개 수준으로 발급했던 온라인 게임 판호 총량이 올해 5000개 미만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해 신청되는 판호량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판호 발급 총량제한으로 인해 작품 출시 전부터 여타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수 밖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템 뽑기 확률 표기 변화도 업계의 관심 대상이다. 가량 기존에는 확률형 아이템 표기에 대해 획득확률 1%로 표기했으나 ‘100번 시도 하면 1번 가량 얻을 수 있다’는 등 구체적인 횟수 등을 밝혀야 한다.

일정 횟수 이상 시도하면 반드시 얻을 수 있어야 하는 전제가 생긴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사업 모델(BM)의 큰 변화와 이에 따른 밸런스 및 기획 변경 등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판호 발급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중국 정부의 새 판호 발급 규정을 따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규정을 맞추기 위해 중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국산 작품들 역시 대규모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국산 작품들의 경우 대부분 지난해 7월 이전에 판호를 신청했다며 새 판호 발급 규정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중국 판호 발급을 대기하고 있는 국산 작품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레드나이츠’,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펍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등으로 대부분 지난해 7월 이전에 판호 신청을 한 상태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사실상 국산 게임의 대부분은 강화된 판호 내용과 상관이 없는 것.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이다. 괜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정부가 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국내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은 중단해 놓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판호 발급 대기작들에 한한령(禁韓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게임업체들은 새 판호 관련 사항에 말을 아끼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중국의 새 판호 규정에 대해 업계의 전망과 반응 등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판호 규제 강화로 국내 업체의 중국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은 물론 대기업들은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시장 전망이 밝아졌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한번에 나고 있는 것이다.

판호 규제가 전적으로 악영향만을 미칠 것으로 보는 주장은 새 판호 규정에 따라 대규모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국산 작품의 중국 출시가 더욱 늦어질 것이며 중국 현지화 등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 증가기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상대적으로 중기에 어려움

대기업들은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은 판호 발급 규정이 까다로워 졌으나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이에 대해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을 근거로 한다. 특히 국산 작품을 서비스하는 현지 업체들 역시 텐센트, 넷이즈 등 대형업체인 만큼 현지 시장에 더욱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중국 내에서도 중소업체들의 경우 새 판호 발급 규정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어 국내 대기업 등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곳에서는 판호 규정이 까다로워졌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중단됐던 판호 발급이 재개된 것은 긍정적 이슈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규정과 절차 자체가 명확해진 만큼 국내 업체들이 판호 발급에 더욱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실제 새 판호 발급 규정으로 인해 판호 발급 신청 이후 80일(근무일) 이내 결과가 발표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문제의 경우 현재 업계 전반에서 가장 우선시 되고 있는 이슈 중 하나”라면서 “그간 막혀 있던 중국 수출길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더게임스 강인석 기자 kang1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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