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알리려면 고민과 성찰 필요…개발사 직접 나서야

오래 전, S 방송국 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희열 심사위원이 이진아 양의 충격적인 첫 무대를 본 후, 다음과 같은 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들을 음악 없다 라고 얘기하시는데, 들을 음악이 없다가 아니고, 우리가 들을 음악을 찾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다.”

어찌 보면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늘상 나오던 말과 맥이 닿아 있다. 할 만한 게임이 없다. 그 게임이 그 게임이다, 내가 만들어도 더 잘 만들겠다 등등.

그들의 불만이 비단 요즘 게임들이 재미가 없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검증된 재미를 더 잘 구현하려 많은 개발사들이 애써왔고, 보다 효과적인 표현을 위한 프로그램 기술과 그래픽 역량은 나날이 발전되어 왔으며, 고객 응대 서비스도 전문화되어 유저들이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기도록 나름대로 많은 노하우를 축적시켜왔다. 그럼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잦아들기는 커녕 점점 더 높아지는 것은, 그들의 불만이 근본적으로 새로움과 신선함에 대한 갈증에서 비롯됐기 때문일 듯하다. 즉 그래픽만 바뀌고 설정이 바뀌었을 뿐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미 성공한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 BM 등으로 재포장돼 시장에 쉼없이 등장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권태에서 비롯됐다고나 할까.

유희열 심사위원의 표현처럼, 기존 게임과는 접근 방식부터 전혀 다른 새로운 시도들이 기존에 없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찾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유저가 찾지 않았기 때문이란 푸념, 유저들이 결국 하는 게임들이 천편일률적인 게임들뿐이어서 개발비조차 건질 수 없기에 새로운 도전을 차마 할 수가 없더라는 푸념, 촉박한 시간과 한정된 자원으로 시장에 출시하려면 부득이 검증된 게임을 벤치마킹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 새로우면서도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만한 게임을 찾는 퍼블리셔들의 양면적인 허들을 통과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푸념...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이런 푸념을 골백번 한들, 결국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신세한탄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유저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시도, 신선한 게임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찾아서 해보라는 말은, 이미 별 의미가 없다. 물론 그런 참신함을 지속적으로 좇는 소수의 유저들은 예전부터 쭉 있어왔지만, 그것이 메인 스트림으로까지 발전하리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와 연결지어서, 자사의 게임을 제발 플레이 해 보고 평가해 달라는 개발사의 호소 역시 공허할 따름이다.

어찌 보면 이러한 상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면서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바이다. 소수 온라인게임 개발사만이 경쟁을 하던 시기에는 유저들이 그나마 오픈베타 기간을 통해 플레이 해 보고 판단할 수 있었고 소위 입소문이라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으나, 개발 기간이 대폭 줄어들고 각종 미들웨어의 보급에 의해 개발 역량도 평준화된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며 유저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종의 신규 게임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얼마나 좋은 게임인지, 얼마나 새로운 시도인지는 둘째 치고, 일단 유저에게 자사 게임의 아이콘이 노출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한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게임 플랫폼에서 우선적으로 보여지는 '피처드' 선정 여부의 중요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검색 순위나 게임 순위 올리기 '작업'을 위한 전문 대행사가 난립하게 됐으며, 마케팅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이고도 유저 인지도를 쉽게 확보하기 위한 IP의 중요도 역시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이제 잘 만드는 것은 단지 기본일 뿐, 잘 알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열쇠가 된 셈이다.

세상이 바뀌었음을 탓할 수만은 없다. 바뀐 세상에선 바뀐 세상의 문법으로 생존해 나가야 한다. 지금도 어디선가에선 분명히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미, 새로운 방식의 게임을 고민하고 개발해 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훗날 우리 게임은 정말 괜찮은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라는 푸념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발 초기부터 이 게임을 유저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보다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마케팅은 퍼블리셔의 몫, 전문 홍보 대행사의 몫으로서 미리 단정 짓지 말고, 그 게임의 시스템이건, 콘셉트이건, 스토리건, 그래픽 스타일이건, 제목이건, 커뮤니티 기획이건, 인 게임 이벤트건, 조금이라도 유저들이 한번 더 뒤돌아봐줄만한, 관심 가져줄만한 요소들을 적절히 배치해 내세울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물론, 안 그래도 생존이 버거운 개발사들에게 게임을 유저에게 알리는 것조차 개발사의 몫으로 남기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항변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게임 성공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 브랜드 포지셔닝을 퍼블리셔나 대행사 등 외부에 일임했다가 남들 다 하는 획일화 된 홍보 프로세스에 돈만 쓰고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한 개발사들의 아픔을 수차례 보았기에, 그 부분만큼이라도 개발 초기부터 깊이 있게 고민해 주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하는 제언이라 이해해주기 바란다.

서두에 언급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이진아 양은 유희열 심사위원을 따라 안테나로 소속사를 옮겼고, 현재까지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게임에서도 새로운 시도들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어, 젊은 개발자들이 새로움에 대한 도전을 쉼 없이 해 나갈 수 있는, 그래서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게임들에 유저들이 환호하며 다음 게임을 고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꿈꾸어 본다.

김정주 노리아 대표 rococo@nor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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