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게임산업 기반 무너져…정부ㆍ정치권서 현실 제대로 인식해야

지금 우리는 게임 하면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그리고 콘솔게임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세개의 플랫폼 말고도 아케이드게임이란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 비록 지금은 눈에 잘 띄지도 않지만 20여년 전만 해도 아케이드게임이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을 압도하면서 시장을 주도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는 오락실게임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아케이드게임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였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 등 서구에서는 아케이드게임장이 성업을 하고 있다.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대에 달한다. 아케이드게임은 공개된 장소에 게임기가 설치되기 때문에 친구와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서구에서는 이러한 놀이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아케이드게임이 사라진 것은 13년 전 ‘바다이야기’라는 괴물이 등장한 때문이었다. ‘바다이야기’는 성인들의 사행성을 자극하면서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고 대로변 요지를 차지하면서 광풍을 일으켰다. 확률조작과 상품권 환전이라는 부작용이 심각했고 이 게임을 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속출하자 정부가 나서서 강력히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아케이드게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성인용 사행성 게임기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아케이드게임도 함께 자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아예 성인용 아케이드게임에 대해서는 등급심의를 내주지 않았고 수출길도 막혔다.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아케이드게임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아케이드게임을 바라보는 정부의 태도가 1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책임자들은 혹시라도 책임을 지게 될까 관련 정책을 건의하면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 때가 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해 버린다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문화부의 게임산업 담당 책임자는 큰 홍역을 치렀다.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찾지 못했고 잠시 외부로 밀려났던 그는 다시 본부로 돌아와 요직을 두루 맡았다. 아케이드산업에 대한 정책수립 과정에서  잘못이 없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아케이드게임산업을 육성하려던 정책이 시장에서 왜곡되면서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 것뿐이다. 그런데 이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그야말로 '말살정책'을 내놨고 그때 만들어진 규제 법조항들은 지금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제는 정부와 입법부의 시선이 달라져야 한다. 아케이드게임이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숨 쉴 수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도 놀란다’는 식으로 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자라와 솥뚜껑은 분명히 다른 것이고 이를 구별할 수 있는 지성이 필요한 것이다.

5월9일부터 일산 킨텍스에서 ‘플레이엑스포’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에는 많은 아케이드게임 업체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참 눈물겨울 정도다. 과거에 비하면 쪼그라들 데로 쪼그라들었는데도 어떻게 든 산업을 살려보겠다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수입해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한쪽이 기울어진 우리 게임산업의 위상이 이제는 흔들림 없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 ‘바다이야기’의 망령이 너무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 않은가.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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