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래로 가기 위해 과거로부터의 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동건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총괄 프로듀서는 24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 기조 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김 PD는 ‘할머니가 들려주신 마비노기 개발 전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올해 서비스 15주년을 맞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의 초창기 개발 과정을 돌아보고 이를 통해 다음 세대에 무엇을 전달할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마비노기’는 출시 당시 애니메이션 분위기의 카툰 렌더링 그래픽 등이 주목을 받아왔다. 김 PD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 기술을 배우면서 개발을 진행함에 따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정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유저에게 빵을 주거나 생일을 챙기는 등의 요소를 초기부터 디자인 및 기획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또 전투 시스템, 스토리, 연출 등 각각의 기획 및 개발 의도를 소개하기도 했다.

'마비노기'는 아바타와의 일체감을 고려해 시선 및 자세 등을 세밀하게 설정한 것은 물론 액션의 과장 및 축약에 대한 강약 조절도 특히 신경을 썼다고 김 PD는 말했다. 또 게임 세계에서의 일상과 비일상을 비롯해 화면 색상, 성별, 의상 등 모든 요소에서의 비율을 중요시했다는 것.

김 PD는 게임 내 캐릭터 ‘로나’와 ‘판’을 활용한 TV 연예 방송 제작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대본을 직접 쓰면서 게임을 이렇게 즐겨줬으면 하는 개발자로서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도, 겁먹지 말고 도전하며 친구를 만들어 가는 게 그의 바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론칭 이후 계속되는 격무로 인해 결국 ‘번아웃’ 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이후 디렉터를 그만두고 프로듀서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현재 ‘마비노기 모바일’을 만들고 있다. 이는 원작을 재현하는 게 아닌, 과거 ‘마비노기’가 그려온 미래를 현시점에 맞춰 다시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김 PD는 한국 게임의 위기 원인을 과거의 유실에서 찾기도 했다. 우리 게임들의 흥망성쇠가 기록되지 않고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연결되지 않은 수많은 점들이 지금 우리의 상황과 같다”면서 “옛날이야기를 더 많이 하며, 과거에서 미래로 선을 이어가면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