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게임인재단 사무국장...한국게임학회 기능성게임연구회 세미나 발표

판권(IP)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시대, 게임인들이 우리 한국사를 소재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석원 게임인재단 사무국장은 20일 서울 중구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한국게임학회 기능성게임연구회의 세미나에서 ‘게임X한국사 마케팅과 IP의 시대 게임인의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 국장은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는 책의 제목을 언급하며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이처럼 시간은 한정돼 있는데 즐길거리가 넘치는 시대에서 기업들은 콘텐츠를 알리고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과거에 유행했던 IP를 다시 활용하고 있다. IP는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도 하다는 것.

정 국장은 게임 개발자들의 고민에서 이 같은 IP의 부족에 주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인디 및 중소업체들은 마케팅 비용 부족으로 게임을 알릴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소재의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게임인재단이 한국사에 주목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는 누구나 알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사 소재의 게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일본의 닌자나 사무라이 등과 달리 한국사는 팬시하지 않고 멋없게 느껴지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것.

정 국장은 “콘텐츠로 만들어진 사무라이와 실제 역사 속 모습의 괴리감이 크다는 점에서 창작자들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멋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소재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 소재 창작물의 선행 사례로 드라마, 영화 등에서의 사극을 예로 들었다. 영화 ‘명량’을 비롯해 ‘암살’ ‘밀정’ ‘미스터션샤인’ 등에 이어 최근의 ‘킹덤’까지 한국사 소재의 작품들이 등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역사적 인물의 행동이나 사건을 어떻게 재현했는지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철저한 시대적 고증이 바탕이 되는 가운데 상상력을 섞어 있을법한 인물이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킹덤’의 등장은 한국사 소재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양권에서 주로 사용되는 좀비 소재를 한국의 사극 배경으로 그려낸 콘텐츠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기 때문에서다.

반면 게임은 김태곤 엔드림 상무의 ‘충무공전’ ‘임진록’ 등이 출시되기도 했으나 이미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로, 그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이후 이를 게임 내 배경으로 구현한 '어쌔신 크리드 유니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사 소재의 게임의 현주소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게임 업체들은 한국 시장이 아닌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때문에 문화적으로 폭넓은 취향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관이나 디자인 등 세계 모든 국가에서 통용될 게임들만 만들고 있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사 소재가 꼭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한번쯤은 고민하며 풀어나가야 하는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어렵겠지만 첫 성공을 거둔다면 한동안 시장을 선점하고 큰 헤게모니를 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통적인 비디오게임처럼 디스플레이를 통한 송출로만 생각하기에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진 시대라면서, 모바일 증강현실(AR)을 활용해 독립군 투사 역할로서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의 게이미피케이션 ‘작전명 소원’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국장은 게임인재단을 통해 한국사 소재 게임에 대한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재단 차원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성공을 거두는 스타 하나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서다.

한국사 소재 게임을 만들고 싶지만 포기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성공 사례가 하나 등장한다면 자연히 여러 시도가 이어지게 된다는 게 정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사 및 인문학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면 분명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완전히 새로운 게 아니더라도 기존의 것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시도를 해나간다면 답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윤창환 포푸리 대표의 보드게임 ‘꽃을 피워라!’를 활용한 네트워킹 시간도 마련됐다. ‘꽃을 피워라!’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개발한 역사 게임이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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