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ㆍ질병코드 등 근거 없는 마녀사냥…각국 단체 결집해 행동력 보어줘야

오래전부터 게임계는 ‘게임중독’이라는 주홍글씨로 인해 많은 피해를 당해왔다. 아직도 의학계의 일부에서 또 학부모단체에서 이 용어를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들고 나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그런데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는 사실 학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다. 정신의학계에서 조차 이 용어가 부적절하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이라는 반발이 큰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공식적인 용어로 ‘게임중독’ 대신 ‘게임과몰입’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게임과몰입’이란 단어가 생소한 듯 하다. 그래서 일부 언론들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게임중독’이란 말을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엄밀히 따져보면 잘못된 것이다. 이런 말을 아무리 해 봐도 고정관념이 박혀버린 기성세대나 학부모들에겐 먹히지 않는 모양이다.   

이러한 와중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달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통해 게임이용장애란 질병코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혀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WHO가 게임질병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바로 이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약간의 융통성과 시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질병코드가 만들어지면 다시 이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언젠가는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가 일상화되고 말 것이란 사실이다.

이는 게임이 마치 바이러스난 병원균처럼 사람들을 공격해 심각한 상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인데 매우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는데 이 포럼의 주제가 ‘진실게임 – 게임, 오해와 진실’이었다. 기조강연에 나선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정신의학과 교수는 “운동이나 낚시, 또는 고양이 기르기 등에 이르기까지 여타 과도한 활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게임에 대해서만 심각한 문제를 삼고 있다”면서 “게임이 다른 것들에 비해 중독성이 높다거나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게임 과몰입은 단일 장애이기 보다는 증상으로 봐야한다"면서 "게임 과몰입을 원인으로 착각하게 되면 잘못된 방향의 정책들로 피해가 발생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WHO의 게임장애 분류는 국제적으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강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정신의학회(APA)와 게임협회 등이 반대 성명서를 내놓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게임산업협회 등이 나서서 WHO의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등 많은 국가들이 게임을 부정하며 마녀사냥을 하듯 몰아가려 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게임강국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청소년들의 시력 보호를 이유로 게임이용시간을 규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지켜야 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해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오는 2022년 중국에서 열릴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지만 최근에 밝혀진 정식종목 리스트에는 e스포츠가 빠져 버렸다. 이를 놓고 중국 정부가 게임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에서 e스포츠의 확산을 우려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게임에 대한 정치권이나 기성세대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같은 인식전환은 개별 국가의 게임단체가 할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게임단체들이 연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게임산업의 역사가 반세기를 넘었는데도 아직 이러한 국제연맹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각 국가의 게임단체가 정보를 교류하고 친목을 나누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는 강력한 행동력을 보여줄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국제기구인 WHO가 게임질병 코드를 도입하려 한다면 세계적인 게임단체가 이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하는데 아직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해 안타까울 뿐이다. 또 의학계 일부 인사들과 구세대 정치인들이 게임을 중독으로, 질병으로 규정하려 할 때 우리 게임업계는 그동안 무엇을 해 왔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로 인해 사회는 물론 고락을 함께 한 직원들조차 외면하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또 다시 그러한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도 필요하다. 더 늦기 전에 서로서로 힘을 모아 각 나라에 산재해 있는 단체들이 연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일 것이다.  

[더게임스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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