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얽켜있는 문화 산업계 현안 산적…창조ㆍ혁신 통한 새로운 기반 구축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박양우 전 차관을 임명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문 대통령은 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 임명장을 수여한 데 이어 박영선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자 및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7일 단행했다.

이에 따라 ‘3.8’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 가운데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두 사람만이 낙마하게 됐다. 특히 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강력히 반대해 온 박 중소 벤처부 장관과 김 통일부 장관에 대한 임명장이 수여됨에 따라  4월 정국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던가. 그렇다. 아무리 좋은 인선이라고 하지만, 보는 이에 따라 시선과 평가는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에 중도 사퇴한 조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 청문회의 내용과는 달리 학계와 산업계에선 상당히 유능하고 역량이 있는 인물로 불려 왔다. 또 최 장관 후보자도 줄 곧 한 우물만 파 온 인물로서, 새로운 교통 행정의 수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적지 않은 부동산 소유로 말미암아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그 때문인지 일각에선 여권 등 정치권에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이들만 물을 먹게 됐다는 동정론이 나왔다.

신임 박 문화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장관 후보자로 끊임없이 물망에 오른 인사다.

도종환 전 장관과의 순위 경쟁에서 잠시 밀려났을 뿐, 현 정부에서 문화 장관 만큼은 꼭 역임하게 될 것이란 견해가 많았다. 일각에선 개혁적이지 못하다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친화력이 있는 성품에다 뛰어난 예지력의 소유자란 점에서 실타래처럼 얽켜 있는 문화 행정을 푸는데 제격이란 평도 적지않다.

그러나 박 장관의 발탁은 무엇보다 이전 정부의 일탈 행위로 인해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문화부 관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는 데 대해 더 큰 의미를 찾아 볼 수 있겠다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정부에서 관료 출신으로서 유일하게 장관에 오른 이는 '풍운아' 유진룡 전 장관 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풍이 심했던 곳이 다름 아닌 문화부였다. 그러다 보니 한 우물을 판 관리들이 눈에 띄지 않게 됐으며, 소신을 보이는 이들은 자리에 머물지 못한 채 외청으로 밀려 났다.

정책의 일관성은 사라지고 원칙이 꼬이기 시작했다. 문화에 산업을 입힘에 따라 변화돼야 할 문화부의 모험적이고도 실험적인 도전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어정쩡한 행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톱다운 방식'에 의한 ‘70~80년대식’ 정책 입안이 계속됐다.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문화 행정도 그 모습에서 전혀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일이 있다면 그렇게 해야 옳다. 앞서 언급했지만, 문화에 산업을 더한 문화 행정이라면 파격적인 정책이 쏟아져 나와야 마땅했다. 이를 놓고 조직내 논쟁과 경쟁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판이 바뀌었음에도 산업은 제쳐 둔 채 오직 문화만 바라보며 허송 세월만을 보냈다.

이로 인해 멍든 곳은 문화 콘텐츠업계다. 특히 게임산업은 이같은 문화부의 수구적이고도 보신주의적 행정으로 몸살을 앓는 대표적인 곳이 됐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개혁적으로도 파격적인 인물을 발굴치 못하는 등 리더십 부재의 조직내 문제점을 꼽기도 했지만, 태생적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보다는 조각 그림을 짜 맞추는 데 더 익숙한 조직 생리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즉, 문화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형성된다는 데서 그 연원을 찾고 있는 것이 그렇다.

그러나 산업 정책은 그 것과 생리를 달리 한다는 점에서 보다 공격적이고 모험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5G 개통 시기를 앞두고 한국과 미국이 경쟁적으로 눈치 경쟁을 벌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소극적이고, 교과서적인 전술은 콘텐츠 비즈니스 성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최악의 처방전이다.

예컨대, 문화부가 게임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 중에 있다고 하는데, 그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 지금까지도 알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국제 보건기구(WHO)에서는 게임 질병 코드 도입 여부를 놓고 장고 중이다. 5월 본회의에서 이의 채택 여부를 확정짓겠다는 게 WHO측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의 하나, 게임 질병 코드 도입문제가 현실화 되면 세계 게임산업은 물론, 국내 게임산업은 초토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우리 문화부의 태도는 아리송하다 못해 애매 모호한 실정이다.

2006년 빚어진 ‘바다이야기 사태’로 산업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아케이드 게임 장르는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다 시피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아케이드 게임은 국내에서 그 명맥을 찾아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과거 문화 정책만을 관장하던 문화부라면 그럴 수 있다 하겠으나, 문화와 함께 산업을 관장하는 오늘날의 문화부라면 그 프로세스와 프레임은 크게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문화부 내에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가 부족하다는 데 대해 다들 동의하는 듯 하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산업 유관 부처 등과 인적 교류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하겠다. 또 백화점식으로 옮겨다니는 관료들의 보직 변경도 고민해 봐야 한다. 모든 걸 다 잘할 순 없다. 더군다나 산업은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부서내 인사는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의 배경이다.  

박 장관이 문화와 산업을 위한 문화부의 백년대계의 결단과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친정이란 울타리에서 머물지 말고, 창조와 혁신, 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문화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는 이번 장관 인사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박 장관 자신의 허물을 깨끗히 벗는 것이며, 국민을 위한, 문화 산업계를 위한 자신의 마지막 봉사의 길이기도 하다 하겠다.   

문화부가 문화 뿐 아니라 산업을 함께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문화산업 부처로 거듭났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들을 혁파하는 등 종전과 다른 산업 궤적을 보여야 할 것이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 1 에디터/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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