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게임문화포럼' 열려...美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 등 발표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시사한 가운데 게임 과몰입을 둘러싼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문화·교육적 가치 등 순기능을 조명하는 포럼이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은 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제4회 게임문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진실게임 – 게임, 오해와 진실’을 주제로 게임 과몰입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미국 플로리다 스테트슨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퍼거슨 정신의학과 교수는 ‘근거 없는 믿음과 사실, 그리고 도덕적 공황 : 게임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염려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과 선정성, 그리고 WHO의 ‘게임장애’에 대한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해 발표했다.

크리스토퍼 퍼거슨 교수는 “운동이나 낚시, 또는 고양이 기르기 등에 이르기까지 여타 과도한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특히 게임에 대해서만 심각한 문제로 삼고 있다”면서 “게임이 다른 것들 대비 중독성이 높다거나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게임 과몰입이 단일 장애라기보다는 증상으로 봐야한다"면서 "게임 과몰입을 원인으로 착각하면서 잘못된 방향의 정책들로 피해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WHO의 게임장애 분류는 내부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진행됨에 따라 미국정신의학회(APA) 등이 반대 성명서를 내놓고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설명이다. 높은 위양성율(오진)을 비롯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키우는 등 여러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퍼거슨 교수는 또 “청소년 시력 보호를 이유로 게임이용시간을 규제하는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의 정치적 압력 개입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자 장기추적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게임 과몰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10대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종단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정 교수는 게임과몰입의 중요 변수로 ‘자기통제력’을 꼽았다. 또 이 같은 자기통제력에는 청소년의 학업스트레스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학업 스트레스는 부모의 과잉 간섭 및 기대와 같은 양육태도나 교사의 지지 등이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청소년 게임과몰입의 원인은 사회 심리적 환경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접근방식과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정 교수는 주장했다.

한덕현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이용 관련 기능성 뇌자기공명(FMRI) 촬영 결과를 중심으로 ‘게임이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게임 과몰입의 원인을 게임 자체의 중독성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과학적 요소와 의학·병리적인 측면에서 바라봤다.

한 교수는 5차년도에 걸쳐 13~21세 90여명을 상대로 800여건의 구조적 및 기능적 뇌자기공명 촬영을 진행했다. 참여자 의사에 따라 최소 2년부터 길게는 5년간 연속적 촬영이 이뤄졌다. 크게 공존 질환 없는 과몰입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공존 있는 과몰입군, 우울증 공존 있는 과몰입군 등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그는 “패널연구의 결론인 게임과몰입을 일으키는 ‘스트레스’와 ‘자기 통제’는 임상연구에서 ADHD, 우울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게임과몰입에 의한 뇌의 기능적 변화는 관찰이 됐다. 뇌의 기능적 변화는 주로 공존 질환과 관련이 깊었으며 특히, ADHD의 변화 추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에따라 ADHD의 아형과 관련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발표 이후에는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방승호 아현산업정보고등학교장,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장, 이동건 게임연구소장 등 패널들의 참여로 토론이 진행됐다.

이동건 게임연구소장은 “현실의 청소년이 칭찬 받지 못하고 소외받는 반면 게임은 1레벨부터 차근차근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노력에 대한 보상을 주고 있다”면서 “게임을 바둑이나 골프 등과 같은 문화 코드로써 관심을 갖고 접근하면 부모와 자녀 간의 진솔한 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도 대구부모교육연구소장은 “게임은 자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코드”라면서 “이해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게 대화의 시작이 된다”고 말했다.

방승호 아현사업정보고등학교장은 “학교에 PC방을 만들고 게임을 수업과정으로 편성한 이후 학생들의 생활이나 태도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들이 나타났다”면서 “게임 요소들을 활용한 교재를 만들어 높은 성취도를 이끌어냈으며, 일부 학생들은 프로리그로 진출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고 밝혔다.

[더게임스 이주환 기자 ejohn@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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