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총회가 내달로 다가오면서 때 아니게 총회에 관심을 쏟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게임계다. 이번 WHO의 핵심 의제 중 하나가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 여부이고, 이번 총회 결과에 따라 전세계 게임계에 적지않은 파장을 던져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긴요한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각국의 게임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은 물론 정부간 협의도 구체화 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유독, 우리 정부만이 게임 질병코드 도입 여부 및 시행 문제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코드 도입을 위한 제 11차 개정안에 게임을 장애로 규정하는 안을 내놓고 회원 국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같은 방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은 새로운 질병 코드로 등재되고, 각국에서는 총회 결의를 받아들여 2022년부터 새로운 트랙에 의한 질병코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 같은 WHO의 움직임에 대해 전세계 게임계에서는 질병 분류를 위한 의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을 확대 해석 하는 조치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게임계는 WHO의 일련의 지난 행동들에 대해 신경 정신과 분야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획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들의 행동이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일부 외신에서는 WHO의 게임 질병코드 도입 추진은 좌초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고, 일각에서는 본회의 상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매우 신중한 반응도 제기되고 있다.

전후 안팎의 사정이 이러한데, 우리 정부는 대응책은 커녕, 부처 이기주의에 의한 목소리만 쏟아내는 등 엇박자의 모습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등재 결정도 나오기 전에 게임 질병 코드 도입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복지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는 등 난타전을 벌였다.

여기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WHO의 결의에 따른 정부의 후속 조치가 아니라, WHO의 방침에 따른 정부의 입장과 대응책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지금까지 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말하는 정부측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 문제는 게임산업의 존폐 여부가 달려있는 핵심사안이자 전세계적으로 보면 국제 현안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에 대해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입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말을 아끼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어딘가 어색하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예컨대 만의 하나, 그렇다고 한다면 게임계를 설득시키든지, 그 것이 아니면 가까운 우방국과 협력을 통해 WHO의 획책을 저지해야 한다고 본다. 이도 저도 아니면서, 오로지 부처간 난타전만을 벌이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WHO의 움직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다' 하고, 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아니다'는 명확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게임강국 대한민국의 정부가 보여줄 자세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부처 뒤에 숨어 있지 말고, 정부의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 것이 책임있는 우리정부의 태도이자 자세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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