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 온 e스포츠계가 김영만 신임 회장의 취임을 계기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때 아니게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비춰진  e스포츠협회가 신임 회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심기일전,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e스포츠계는 전임 회장의 전횡과 협회 관계자들의 잇단 비리 연루 사건으로 수모를 겪어왔고, 선수들의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도덕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등 곤욕을 치러 왔다.

김 회장은 최근 취임 이후 가진 첫 기자회견을 통해 선수등록제 시행 및 대한 체육회 가맹 추진, 그리고 협회 아카데미기 개설 등 3개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프로 연맹 형태의 협회를 개편하는 한편 , 협회의 재정 자립도를 크게 높여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협회 무용론에 대해 강력한  쐐기를 박는 등 입단속을 요구한 것으로도 보여진다.  그간 e스포츠계 일각에선 각 종목별 연맹체 형태로도 협회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여 왔는 데, 김 회장은 이번에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이를 강력히 반박한 것으로 보여진다.  

 e스포츠가 정상적인 궤도 진입을 위해서는 협회가 바로서야 한다.  무용론이 아니라 강성론이 나와야 함은 그 이유다. 특히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대회의 종목화를 위해서는 협회를 중심으로 e스포츠계가 똘똘 뭉쳐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겠다. 더군다나 e스포츠 종목이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으로 치러짐에 따라 이를 둘러싼 중국 일본 등 e스포츠 강국들의 관심과 시선은 한층 더 뜨거워 지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 e스포츠계를 주도하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이 벌써부터 물밑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설까지 들려오고 있다. 이런 마당에 협회 무용론이라니, 한마디로, 코 앞에서 벌어지는 일조차 내다보지 못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김 회장은 프로 게임리그를 창설하고 e스포츠협회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난파선과 같이 비루하고 흉물스런 몰골로 변한 협회 살림을 떠맡으면서 비단길 항해를 기대하진 않았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협회의 재정 자립 문제가 가장 큰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따라서 단기 과제와 중기과제의 수립과 수행이 절대적이며, e스포츠계의 적극적인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할 것이다. 일각에선 그렇기 때문에 김 회장을 영입한 게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 있으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당연히 살림은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이를 위한 방안과 절차는 e스포츠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임 김 영만 회장체제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것은 그가 이같은 협회의 당면 과제들을 하나 둘씩 풀어 갈 수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인맥 그리고 전문성 등 리더십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협회에 대한 제도권의 부정적인 시선을 말끔히 털어내고, 협회의 재정 자립을 실현하는 한편, 갈라질대로 갈라진 e스포츠계의 여러 목소리들을 모아, e스포츠계의 숙원인 체육회 가맹단체로서 면모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당부해 본다. 최근 가진 김 회장의 기자회견은 그런 측면에서  e스포츠계를 위한 그의 첫 제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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